"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목표는 사회주의"라는 극우적 발언이 재계에서 터져 나오면서 봉합될 듯 했던 재계와 인수위의 갈등이 폭발 일보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이번 발언을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강경 분위기여서 재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문제의 발단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된 "인수위의 목표는 사회주의다"라는 내용의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金奭中) 상무의 발언. 최근 손병두(孫炳斗) 상근부회장이 새 정부의 재벌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불거졌던 양측 갈등이 재벌 개혁 3대 원칙(점진, 자율, 장기적) 공표 이후 수그러지는 듯 했으나 다시 악화하게 됐다. 전경련측이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고, 김상무도 12일 해외에서 급거 귀국, 해명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사태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발언을 둘러싼 인수위 내부의 기류는 상당히 강경하다. 사태의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유사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다. 김 상무의 지위를 감안할 때 이번 발언이 전경련이라는 단체를 대표할 수 있고 앞선 손 부회장의 발언과도 무관치 않고 김 상무가 전경련의 대표적인 이론가라는 점 등으로 볼 때 이번 발언이 의도적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출범을 앞둔 새 정부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점에 분노가 크다.
김 상무는 "고용문제를 얘기하면서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언급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정순균(鄭順均) 대변인은 "인터뷰 내용의 문맥으로 볼 때 와전됐다는 주장은 뉴욕타임스가 사실을 날조했다는 얘기밖에는 안된다"고 일축했다.
전경련측은 이번 사태를 가능한 한 조기수습하기 위해 13일 김 상무의 발언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정정보도 요청 등 일련의 조치 내용을 담은 김각중(金珏中) 회장 명의의 공문을 인수위원장 앞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외견상 갈등은 조기수습될 가능성이 있지만 양측의 불신과 반목은 수면밑에서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 NYT기사 요지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재벌의 영향력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너무 강하게 펼쳐 왔기 때문에 대북정책 만큼이나 그의 경제정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우리는 규제완화와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매우 급격한 제도 변화를 바란다.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서 그들은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들의 목표는 사회주의적이며, 우리는 이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업계 달래기 작전에 나섰고, 어느 정도 성과도 보고 있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선거가 박빙의 승부였고, 야당이 국회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정책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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