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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유비쿼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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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유비쿼터스

입력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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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읽은 동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이 세상에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먹고 사는 요정이 있다. 그 요정이 먹을 게 적어 죽어간다." 그러니 물건을 잃어버리더라도 속상해 하지 말라는 것이 동화의 메시지였던 것 같다. 당연히 지금 세상에 맞지 않는 동화다. 분실물이 하도 많아 요즘 요정은 비만과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물건을 잃어버릴 염려도, 요정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 주는 장치가 개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갑을 찾는 사람에게는 지갑 속에 끼워둔 초소형 무선칩이 위치를 알려 준다. 골프 공을 수도 없이 잃어버리는 초보골퍼는 공에 내장된 칩의 신호를 보고 찾아내면 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실현되면 의복과 신발, 가구 등 모든 물건에 컴퓨터와 네트워크기술이 접목돼 PC나 휴대폰 없이도 물건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심지어 물건끼리도 대화를 할 수 있다.

■ 물건에 컴퓨터기능을 심고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시키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언제 어디에나 있는'이라는 라틴어로, IT업계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비쿼터스 세상의 미덕은 편의성이다. 5년 전 미국의 한 연구소가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IT업계의 목표가 돼버렸다. 앞으로 출범할 새 정부도 '정보통신 1등 국가'를 만들기로 하고 유비쿼터스화를 지향하고 있다. 정통부는 e코리아를 u코리아로 발전시키기 위해 무선 인프라의 구축을 추진 중이다.

■ 하지만 편의성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유비쿼터스 세상이 만들어낼 불소멸(不消滅)과 무상실(無喪失)이다. 언제 어디에나 공기처럼 편재(遍在)하는 것은 곧 신(神)이다. 사라질 것과 없어져야 할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자연질서에 어긋난다. 인간복제가 영생을 얻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무분별한 시도도 결국 유비쿼터스 사상의 일종이다. 소멸과 상실에는 저마다 의미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유비쿼터스 세상에서 인간의 삶은 또 한번 혁명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두렵고 끔찍한 세상이 다가오려 하고 있다.

/임철순 논설위원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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