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총선에서 낙승을 예상했던 이스라엘 집권 리쿠드당 당수 아리엘 샤론(74·사진) 총리가 연일 터져나오는 부패 스캔들로 사면초가에 몰렸다.샤론은 9일 방송을 통해 해명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의 불법 판정으로 연설이 중단됐으며, 리쿠드당은 지지율 급락으로 초긴장 상태다.
역대 어느 당수보다 보수 강경 성향인 샤론은 이날 TV와 라디오로 전국에 방영된 회견에서 최근 일간 하레츠가 보도한 수뢰 혐의에 대해 정권 전복을 노리는 세력의 중상모략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노동당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를 모두 마피아 조직으로 몰아붙이려 한다"며 "나는 하나도 감출 것이 없다"고 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문제의 보도는 샤론이 1999년 리쿠드당 선거 운동 당시 불법으로 모금한 선거 자금을 갚기 위해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기업인에게서 149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두 아들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스라엘 공영 라디오와 일간 예디오트 아하라노트도 이 사건 관련 기사와 샤론의 아들이 연루된 또 다른 수뢰 혐의 문제를 잇따라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회견은 선관위가 총선이 있는 달에는 선거운동 방영을 금지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해 생방송을 중단시키면서 중도에 무산됐다.
특히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이 격화하면서 유권자들의 보수 심리가 커져 승리를 기정 사실로 여기던 리쿠드당의 예상 의석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하레츠 등이 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 120석 중 리쿠드당 예상 의석은 지난 주 31석에서 27석으로 줄었고, 노동당은 24석으로 늘었다. 어렵사리 파문을 진화해도 리쿠드당의 낙승 여지는 크게 줄어 지난해 11월 노동당 연정 탈퇴로 궁지에 몰린 샤론의 정치 인생은 다시 한번 험로에 놓일 전망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