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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아르네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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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아르네가 남긴 것

입력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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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프리트 렌츠 지음·박종대 옮김 사계절 발행·7,000원하인리히 뵐, 귄터 그라스 등과 함께 전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지크프리트 렌츠(77)는 1950년대 이후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운명, 권력과 인간의 대립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아왔다. 99년에 발표한 짧은 장편소설 '아르네가 남긴 것'은 편견과 차별 의식을 가진 집단의 개인에 대한 폭력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빚더미에 허덕이던 가족이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열두 살 소년 아르네만 목숨을 건진다. 아르네는 아버지 친구 집에 얹혀 살게 되고, 다섯 살 위인 한스의 따뜻한 배려로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회복해 간다.

그러나 아르네는 쉽게 남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현실에 정면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친구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점점 어려워지자 아르네는 모진 결심을 한다. 그의 친구들이 보트를 사기 위해 주물 공장에서 물건을 빼내는 일을 모의하자 동참하기로 약속한 것. 아르네는 경비원인 칼룩씨의 순찰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일로 범행은 수포로 돌아가고 그를 잘 이해해 주던 칼룩씨가 다치고 만다. 현실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가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만 남기자 아르네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결국 작은 배를 타고 강물 속으로 사라진다.

작품은 아르네와 한방을 쓰며 우정을 나눈 한스가 아르네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어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한스의 회상을 통해 아르네를 향한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우리가 이웃에게 얼마나 마음을 닫고 사는지, 편견과 차별로 똘똘 뭉친 집단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깨닫게 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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