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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인수위의 경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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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인수위의 경직성

입력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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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자문위원이 부족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9일 오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 분과 사무실. 인수위 활동을 지원할 자문단을 구성하면서 인수위원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러면 OO대 OOO교수를 넣으면 어떨까요. 간단한 업무 정도는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아쉬운 대로 명단에 올려보시죠."'노무현(盧武鉉) 시대 5년'의 정책 틀을 마련할 대통령직 인수위에게 당선자의 공약과 철학은 바이블(Bible)이나 다름 없다. 인수위 관계자는 "당선자의 공약은 어떤 식으로든 실천 방안을 찾아내야지 못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당선자에게 던져진 국민 49%의 표가 정책과 철학에 대한 지지였음을 감안할 때 어쩌면 당선자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인수위원들이 해당 분야의 여성 전문가를 찾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양성 평등'을 강조하는 당선자의 뜻에 따라 꾸역꾸역 구색을 맞추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공약은 공약이고, 철학은 철학일 뿐이다. 기본적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구체적인 실천 과정에서 현실 상황을 반영해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것조차 배척하는 경직된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같은 날, 노동부 업무 보고에서 인수위 한 전문위원이 산별 교섭 추진에 대한 노동부의 보고에 격분해 자리를 박차고 퇴장한 것 역시 인수위 구성원 일부의 경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아무리 당선자의 의지가 방패막이 되고 본인의 소신이 뚜렷하더라도 반대 의견에 귀조차 기울이지 않는다면 올바른 정책이 나올 리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며 참신한 인수위 구성에 박수를 쳤던 사람들조차 "급진적 학자 위주로 인수위가 구성돼 편협한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던 일각의 우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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