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는 충격적이다. 미국이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 성명을 통해 대화의 통로를 제시한지 며칠 만에 초강수로 응수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미국에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 온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로서도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미국은 북한의 안전보장 형식까지 언급하던 차에 오히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다시 직면하게 되었다. 부시 정부로서는 대화의 통로를 찾다가 오히려 북한의 강수 앞에 곤혹스럽게 되었다. 공이 다시 미국으로 넘어간 꼴이 되었다. 부시정부가 이 국면에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국면을 아주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의 탈퇴성명이 장황한 대미비난 수사(修辭)였지만 긍정적 신호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성명에서 "NPT에서 탈퇴하지만 핵무기를 만들 의사는 없다"고 했고, 적대정책의 철회를 조건으로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조미(朝美)사이에 별도의 검증을 통해 증명해 보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겉으로는 조약탈퇴라는 초강수를 던졌지만 속내는 미국의 체제보장을 전제로 핵 포기의사를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NPT탈퇴에 앞서 유엔주재 부대사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지사(클린턴 정부의 유엔주재대사)를 찾은 것을 보면 대화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미국이 이 국면을 푸는데 있어 먼저 북한의 진의를 면밀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전술이 이라크전쟁이 끝난 후 닥칠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대화 압박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993년 북한의 NPT탈퇴를 거울삼아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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