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어느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으며,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그 동안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로 여겨져 온 목회자의 급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논란이 번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24일 서울 높은뜻 숭의교회 홈페이지(www.soongeui.org)의 자유게시판에 한 신자가 '억대 연봉의 목회자와 구유에 누우신 주님'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 교회 김동호(52) 담임 목사의 연봉이 1억 2,378만원이라고 주장한 뒤 "교인들 대부분이 월 300만원 이하의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는 만큼 급여를 절반으로 줄일 아량과 용기가 없느냐"고 물었다.김 목사는 이튿날 게시판에 반박문을 실어 "목회비, 자동차 구입비, 사택비 등을 다 합쳐 연봉으로 계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가 받는 연봉은 6,072만원으로 실수령액은 월 45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목회자라고 무조건 프라이드를 타야 한다거나 월급을 적게 받아야만 훌륭한 목사라고 생각하는 편견과 싸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이 교회 홈페이지상의 갑론을박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억대 연봉'에 대해 "너무 많아 실망스럽다"는 주장과 "신자가 2,000명이 넘는 대형 교회이니 그 정도 연봉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오히려 논란은 커졌다. 7일에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쇄도,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됐을 정도로 일반인들까지 큰 관심을 보였다.
결국 김 목사는 지난달 29일 교회 신자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공개토론회를 열어 "적정 급여를 합리적으로 계산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높은뜻 숭의교회는 교인과 세무 전문가 등 15명으로 교회사례비연구팀(가칭)을 구성했고 12일 첫 모임에서 적정 급여 산정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교회의 회계보고서를 인터넷에 올리는 등 교회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설수에 오른 김 목사는 "이번 논란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말고 한국 교회의 회계 투명화 논의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례비라고 불리는 목사의 급여는 통상 기본급과 상여급 외에 사택비, 자녀교육비, 목회활동비 등을 합친 금액으로 교회마다 천차만별이다. 현재 전체 교회의 약 60%를 차지하는 농어촌 교회나 도시 개척교회는 재정이 어려워 목사 급여가 아주 적다. 반면 신자가 1,000명이 넘는 대형 교회 담임 목사의 연봉은 대개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자 1만명 이상의 초대형 교회 가운데는 담임 목사에게 다달이 억대의 판공비를 주고, 수십억원의 퇴직금을 주는 곳도 있다는 말이 있다.
목사의 적정 급여 수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승종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성균관대 교수)은 "억대 연봉의 목회자는 저소득층 신자들에게 위화감을 준다"며 "목사 급여는 신자들의 평균소득 수준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목사는 "교회 규모가 클수록 목사의 일이 많다"며 "규모에 따라 연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교회 개혁 진영에서는 중·대형 교회의 경우 목사 급여가 지나칠 정도로 많은 것은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교계 인터넷 매체인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는 "담임목사가 교회 예산 편성 과정에서 입김을 불어 넣어 연봉을 올리고 있다"며 "대형 교회일수록 재정 운용이 불투명하다 보니 평신자가 목회자의 급여 문제를 거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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