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각 부처 업무보고가 이어지면서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공약 실현을 요구하는 인수위 측과 법제도적 난점을 들어 유보나 거부 입장을 보이는 부처간의 견해차가 노출돼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9일 노동부의 인수위 사회문화여성 업무보고에서는 '개혁 마인드'가 문제가 됐다. 보고가 시작된 뒤 3분 여 만에 인수위 박태주 전문위원이 산별 교섭 추진에 대한 노동부 보고에 격분, "개혁 마인드가 없는 이런 보고는 시간낭비"라며 자리를 박차고 퇴장했다. 그는 업무보고가 끝난 뒤 회의장에 다시 나타나 노동부 공무원들에게 고성을 내며 호통을 쳤다.
노 당선자의 후보 노동특보를 지낸 박 위원은 "노동부 업무보고는 당선자의 개혁 의지 반영은 물론 실현 의지도 찾을 수 없다"면서 "'수용 곤란' '부분 수용'이란 표현을 쓰는데 노동부가 당선자의 공약을 심사·평가하는 곳이냐"고 성토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노사정위원회 강화 문제,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차별철폐 문제를 놓고 인수위와 노동부측이 이견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별 노조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노사 자율 추진 입장을 보인 데 대해 인수위가 그러한 정책 방향으로 유도를 하는 의지를 보이라고 주문해 마찰을 빚었다. 김영대 인수위원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대해 노동부는 하루 아침에 제도화나 시행은 어렵다고 한 것이고 우리는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한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인수위 정무분과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도 최근 검찰개혁 방안을 둘러싼 인수위와 검찰의 긴장기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법무부는 "국민이 검찰에 보내는 따가운 시선을 모르는 바 아니다"고 강도높은 자체 쇄신 개혁 노력을 다짐하면서도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와 한시적 상설특별검사제 실시 공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법무부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와 권력형 비리의 예방과 척결 의지는 단호하다"면서 "그러나 이를 다룰 기관으로서 검찰과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인수위 측은 "공약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여러 실현 가능한 제도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와 한시적 상설특별검사제 강행 의사를 밝혔다. 회의 중 밖으로 나온 인수위 관계자는 "숨이 막힐 정도의 분위기"라며 검찰측과의 시각차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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