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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상품 벽"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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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상품 벽" 깨진다

입력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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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매 금융 분야에서 은행과 증권사간의 사업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상품 개발 및 판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그동안 증권사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수익증권 판매에 은행들이 앞 다퉈 뛰어들고 증권사들이 은행의 장기주택마련 저축과 비슷한 주택마련 펀드를 판매하는 등 도전장을 내밀었다. 증권사와 은행은 PB(Private Banking) 등 고객 자산관리와 기업 인수·합병 등 기업금융(Invest Banking) 분야에서 서로 고객 유치 경쟁을 하면서 한편으로 통합이나 업무 제휴 등을 통한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신탁증권은 9일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 주택마련 펀드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장기 주택마련 펀드는 실적 배당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동안 은행이 판매해온 장기주택마련 저축과 같은 구조로, 증권사가 은행 상품과 같은 성격의 펀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택마련 펀드의 운용은 투신사가 맡고 증권사는 판매를 맡으며, 저축기간은 7년 이상으로 이자소득세 비과세 및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적립식 펀드 상품 개발 및 판매에 맞서 은행들도 수익증권 등 간접 투자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수익증권을 지난해(4조5,0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10조원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은행의 수수료 수입 확대 전략에 따른 것으로 수익증권 판매 수수료를 평균 0.7%로 잡으면 올해 수수료 수입이 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특히 증권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월 1만원 이상 소액으로도 가입할 수 있는 펀드 4개를 내놓는 등 그동안 VIP 고객 위주로 판매해온 적립식 펀드를 올해부터 일반 고객들에게도 확대해 서민 고객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조1,000억원이던 수익증권 판매를 올해 3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며 한미은행도 지난해(1조3,000억원)보다 늘어난 2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은행들이 지난해 판매한 수익증권은 전체 판매액의 12∼14%가량 점유한 것으로 잠정 집계돼 은행권의 주식·채권 관련 간접상품 판매 비중이 처음으로 전체의 10%를 넘었다.

증권사의 주 수입원이었던 펀드 판매 시장을 은행들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은행권 상품 개발에 이어 조만간 허용될 일임형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 상품 등을 통해 은행권에 머물고 있는 고액 자금을 유치한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은행의 PB와 비슷한 개념으로 증권사가 고객 재산을 위탁받아 주식·채권 등에 대신 투자해주고 수익을 올려주는 것으로 그동안 최소 예탁금 1억원, 채권형으로만 운용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어 수탁액이 3조원에 머무는 등 부진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부터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운용도 증권사 자율에 맡기는 등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허용함에 따라 수탁액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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