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타계한 서성환(徐成煥) 태평양 회장은 국내에 본격적인 서양식 화장(化粧) 문화를 들여온 선구자다.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청운의 꿈을 품고 서울 중구 남창동에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설립했다. 당시 고인의 나이는 만 22세. 개성 송상(松商)의 후손답게 고인은 열혈 청년 시절부터 사업에 남다른 감각을 보였다. 화장품 사업이 막 자리를 잡으려는 시기였던 1950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고인은 첫번째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피란처인 부산에서 임시 공장을 세워 화장품을 만드는 강인한 투지를 보이며 전쟁 직 후 곧바로 재기에 성공한다.
고인은 전쟁의 포화가 채 가시기도 전인 1954년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든다'는 신념 하에 국내 최초로 제품 연구실을 개설하는 열정을 보였다. 지금은 국산 화장품의 대표적인 원료로 자리잡은 인삼 사포닌 성분도 서 회장의 아이디어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고인은 특히 60년대 중반 화장품 방문 판매제도를 도입, 이른바 '아모레 아줌마' 선풍을 일으키며 국내 화장품 유통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미용사원 방문 제도는 여성 인력 활용의 모범 사례로 꼽혔으며, 국산 화장품이 외국 제품의 공세를 막아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고인은 차(茶) 분야에도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녹차에 대한 인식이 없던 70년대 중반부터 차 사업을 시작, 녹차를 국산 대표 차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1년에는 설록차 박물관 '오 설록'을 제주도에 건립하는 등 국산 차 문화 계승에도 힘썼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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