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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검찰 바로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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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검찰 바로 세우기

입력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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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잡지에서 20세기에 있었던 각종 캠페인에 관한 짤막한 기사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지금은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세 살 터울로 세 자녀만 35세 이전에 낳자' '이, 벼룩, 진드기를 없애자' '가래침 뱉는 곳에 결핵균 날뛴다'와 같은 계몽적인 구호들이다.캠페인을 보면 사회가 보인다더니, 과연 캠페인은 그 사회의 거울이구나 싶다. 그러한 구호들을 통해 당시 사회는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사람이 많았고, 이, 벼룩, 진드기가 많았고, 가래침을 뱉는 사람과 결핵환자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

검찰청사에 들어서면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는 글귀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종의 자생적 구호인 셈인데, 후세의 사람들은 이 구호를 읽으면서 "그 당시는 검찰이 제대로 못해서 '검찰 바로 세우기' 캠페인까지 벌였구나"라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나 역시 처음 그 글을 읽었을 때 검찰이 그 동안 얼마나 소신 없이 흔들렸으면 마치 반성이라도 하듯 저런 글귀를 현관 앞에 걸어두었을까 싶어 한심스러운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이 구호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초 검찰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말이었다고 하는데, 현직 대통령의 말 한마디를 액자에 넣어 현관 앞에 모셔두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검찰은 단 한번도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 틈만 있으면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검찰'이 되겠다고 다짐해 왔지만, 개혁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검찰이 개혁하겠다는 다짐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더 이상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검찰의 문제는 대통령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대통령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구조에서 어떻게 검찰총장이 정치적으로 중립이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게다가 검찰은 검사 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전국의 검사가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피라미드형의 통일적인 조직체를 형성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정치적인 고려가 검찰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현행 제도도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와 제도를 잘 운영하면 개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인사와 제도를 잘 운영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러나 사람의 변화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다 못해 세 살 짜리 아이의 버릇을 고치는 것도 어렵다. 막연히 사람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 보다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검찰개혁 과제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검찰인사위원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법무부와 검찰의 입장에서 본다면 결코 달가울 수 없는 내용이지만,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적인 외압에 흔들림 없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들이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하지 않았던가. 검찰로서도 권력의 시녀라는 불명예를 벗어 던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이번만큼은 검찰개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제도를 마련하여 검찰이 바로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유 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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