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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교육부의 "비위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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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교육부의 "비위 맞추기"

입력
200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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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이사가는 집 마냥 어수선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하기위해 만든 '새 정부 교육부문 주요 정책(안)'이 언론에 전격 공개됐기 때문이다.'학부모·교사회 법제화', '2008년까지 초등 학급당 학생수 25명 수준 감축', '학생 발언권 부여' 등이 정책의 골자다. 담고있는 의미와 파장을 고려한다면, 가히 교육계를 뒤흔들만한 메가톤급 내용들이다.

관련 부서에는 "정말이냐", "믿어도 돼냐"는 사실 확인 전화가 하루종일 끊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외부의 엄청난 '관심'에 부담을 느꼈는 지 이날 오후 "검토단계의 초안 수준으로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진화에 나서기도했다.

교육당국이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중요 과제이기도 하다. 보안이 안돼 외부에 내용이 알려질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신 정권 교육정책초안이 실현 가능성 여부는 제쳐둔 채 대통령 당선자의 후보시절 공약을 무작정 따라잡는 것들로 채워져서는 곤란하다.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를 25명까지 줄이는 안은 교육부 내에서도 "교사의 절대부족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오래 전 내려진 사안이다. 학부모 및 교사회 법제화도 수년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지만 '시기상조' 결정이 난 바 있다. 정책초안을 접한 한 대학교수는 "교육부가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을 그대로 베꼈다"고 소리높이기도 했다.

추진이 어려울 줄 뻔히 알면서도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교육당국 스스로 '백년대계(百年大計)'라며 중요성을 쉴새 없이 강조하는 교육정책을 정밀한 타당성 분석도 없이 무책임하게 만드는 행위는 공약(空約)을 낳고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상당수 부처의 대통령직 인수위 정책 보고가 '새 정권 비위맞추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속에 교육정책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김진각 사회1부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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