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50억원 투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 촬영, 이병헌 송혜교 지성 박솔미 등 스타군단 동원으로 화제를 모으며 '영화와 경쟁하는 드라마'를 표방한 SBS 24부작 드라마 '올인'(극본 최완규, 연출 유철용)의 베팅이 15일 오후 9시 55분에 시작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주인공이 각자 삶의 전부를 쏟아 부으며 사랑과 도박 그리고 사업의 세계에서 승부를 벌인다. 유철용 PD는 "'올인(all-in)'을 도박에서 모든 것을 다 건다는 뜻보다 인생의 모든 것을 건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의 주역인 이병헌과 송혜교를 제주 촬영장에서 만났다.
"해병대가 따로 없네요."
이병헌(33)은 라스베이거스 미국 촬영기간(2002년 11월28일∼12월31일)이 단내 나는 고강도 군사훈련을 방불케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3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어요. 체력이 달리니 엄청나게 먹어댔죠. 그 살이 다 배로 가더라구요."
세계포커 챔피언십 우승자인 전설적인 도박사 차민수(53)씨의 일대기에서 골격을 따 온 드라마 '올인'에서 그는 김인하란 극중 이름으로 바로 그 차씨의 인생을 산다. "너무 드라마틱한 실존 인물의 삶이라 어려웠어요. 사실대로 인물을 그리면 너무 가짜 같을 것 같아 고민이었죠." 단돈 18달러로 시작해 한 해 100만불 이상 버는 도박사가 된 차씨처럼 '올인'의 김인하 역시 고아로 태어나 미국에서는 프로 도박사로, 한국에서는 카지노 호텔 경영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화적인 존재가 된다.
"강렬한 직사광선에 얼굴이 다 탔다"는 말에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을린 탓에 얼굴 윤곽이 더 뚜렷해보였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전쟁처럼 찍었죠. 미국 촬영의 95%가 제 촬영분이었어요." 한국에서의 촬영도 마찬가지로 '상상초월'. 강원 제주 일대를 누비는 강행군이었다. "그냥 드라마가 아녜요. 많이 달라요." 물론 다를 수밖에 없다. 편당 2억5,000만원, 미국 촬영만 18억원을 들인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포커니 고스톱이 뭔지도 몰랐지만 '올인' 촬영 이후로 도박사의 표정과 손놀림 눈빛 생각을 예의 주시하게 됐다고 한다. "나름대로 유추해보는 거죠. 왜 선글라스를 꼈을까, 표정을 어떻게 감출까를요. 하지만 도박의 재미는 알겠지만, 왜 밤을 새워가며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송혜교에 대해 물어봤다. "촬영 후 보름이 지났는데도 나한테 말을 안 걸어요. 그냥 내가 무서웠대요"라며 "하필이면 첫 장면이 입맞춤 장면이었어요, 그것도 노을 진 배경으로. 그래서 한 없이 어색했다"고 털어놓았다.
LA의 슬럼가에서 갱에게 포위당해 곤욕을 치르거나, 카지노 테이블에서 2단 옆차기 장면을 찍다가 다친 에피소드를 그는 무용담처럼 말했다. '올인'은 그에게 오랫동안 훈장처럼 남을 것 같다. '올인'을 끝으로 SBS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앞으로 드라마에서 그를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바카라 게임대 앞에 선 송혜교(21)에게서 어설픈 딜러 냄새가 났다. 불면 날아갈 듯한 가냘픈 체구에 입힌 유니폼이 앙증맞아 보였다. 그러나 손님 역의 김병세와 가볍게 손을 풀고 나더니 슬슬 감춰둔 실력을 발휘한다. "카지노 교육원에서 한달 반이나 배웠다구요."
그것 보라는 듯 걱정어린 시선에 따끔한 응수를 가한다. 손가락을 민첩하게 놀려가며 칩과 카드를 나누는 동작이 제법 그럴 듯하다. 말라보인다. "살이 5㎏이나 빠졌어요. 화면으로 통통해보여 살을 뺄 생각이 있었어요. 헬스클럽에서 많이 뛰었죠."
왜 이병헌이 무서웠느냐고 물으니 "늘 감정을 잡고 촬영에 몰입해 있는 표정만 봐서 그래요. 카리스마도 있고. 하지만 이젠 편해졌다"고 받아친다.
민수연 역의 송혜교 역시 김인하(이병헌)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삶을 산다. 고아 출신 수녀에서 동시통역사를 거쳐 딜러가 되는 것도, 인하의 연인이었다가 인하의 친구인 최정원(지성)과 맺어지게 되는 운명도 그렇다. 인하가 사고로 죽은 줄 알고 자신을 보살펴 주던 최정원과 결혼해 인하와 호텔 카지노계의 라이벌이 된다는 설정도 극적이다.
SBS '수호천사' 이후 1년 반만의 안방극장 복귀다. "카메라 앞에서 조금은 어색하더라구요. 그 쉽던 눈물 연기가 지금 어려워요. 예전엔 두려움 없이 했는데…. 대사와 감정은 다 되는데 눈물이 흐르지 않는 거예요."
그동안 쉰 데는 잘 읽히는 대본을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탓도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두꺼운 대본이 금새 넘어가더라"고 했다. "수연은 '가을동화'의 은서와 비슷한 면이 많지만 더 활달한 성격"이라고 한다.
이번 드라마를 마치면 스크린 나들이도 생각하고 있다. 너무 우는 역을 많이 해서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단다.
"한 번 우니까 계속 그런 역만 오는데요. 나이도 어리니 새침데기 역도 해보고 싶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이전엔 미나토 정도 밖에 할 줄 몰랐는데 이번 드라마 촬영 때는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에서 블랙잭으로 100달러를 걸어 200달러를 땄다며 은근히 자랑한다. "청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구요. 눈에 지금도 어른거려요."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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