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朗) 일본 총리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에게 전달해 온 구두 메시지를 통해 대북(對北) 유화책에 제동을 건 것은 북한 핵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관련국과의 공조가 험로를 걸을 것임을 예고한다.일본측의 메시지는 대략 2개의 큰 줄기로 정리된다. 우선 일본이 북한 핵 사태의 해법 모색과 관련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노 당선자가 밝히고 있는 구상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된다. 또 일본이 미국의 입장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한때 북한에 대한 '맞춤형 봉쇄'정책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강경 기조에 일본도 상당부분 동조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이 노 당선자가 대체로 북한에 대한 유화책을 쓸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점도 일본측의 메시지 전달로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시각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햇볕 정책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상당부분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 제기와 직접 연결된다. 노 당선자는 햇볕 정책이라는 용어는 바꾸되 포용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미국과 일본의 이 같은 강경 기조는 당장 풀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북한 핵 사태 등과 관련된 노 당선자의 외교 정책 노선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노 당선자측은 아직 한미일 3국 공조를 어떤 식으로 유지, 보완해 나갈 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당선자가 일본측 메시지를 받은 직후 북한에 보내는 경고성 성명을 통해 미,일의 불안감을 해소해 보려는 시도를 했던 흔적은 있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지난달 31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는 북한 뿐만 아니라 미국도 양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한미간 막후 조율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일본이 비공식 경로를 통해 대북 정책관련 핵심인사에 대해서도 상당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해 상황의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정부의 대북정책 핵심의 정책 방향에 제동을 걸고 싶어한다는 것은 노 당선자의 새 정부 인선 구상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노 당선자측은 북한 핵 사태를 다루기 위해 구성된 태스크 포스를 통해 이 대목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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