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정말 하고 싶어서" 성균관대 교육학과(93학번)에 입학했고, 이후 연극에 빠져 지냈다. "열혈 운동권이었다데요"라는 질문에 "우리 학교 다닐 때는 누구나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는 설명으로 슬쩍 넘어간다. 운동했던 과거를 자랑하지 않는 걸 보니 진짜 운동권?"우리 집은 어렸을 때, 외출할 때 손이 아니라 (납작한 코를 세우려) 코 잡고 다녔어요." 문소리는 여러모로 배우같지 않다. 지난 연말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TV에 나타나자 친구들이 "네가 엄정화인 줄 아냐"며 야유했다는 얘기며, 어린 시절 콤플렉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한다. "돈 벌어줄 자신이 없어서" 아직 매니저도 없다. 지난 연말 10여 개의 상을 수상했으나 대중은 물론 영화관계자들도 아직 그의 얼굴을 헷갈려 한다. "저 문소리에요" 하면 당황하며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의 연기력은 아직 스크린에 머물러 있을 뿐 스타라는 부가가치 상품으로 교환되지 않았다.
'박하사탕'의 순임이, '오아시스'의 공주에서 '바람 난 가족'(감독 임상수)의 호정으로 배역의 이름이 점점 모던해지듯, 문소리의 얼굴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특징없는 얼굴인데, 감독이 만들기에 따라 어떤 배역으로든 변신이 가능한 얼굴이다. 친한 선배 설경구도 그랬다. 그는 칭찬이며 상에 익숙하지 않다. 베니스에서 돌아와 "공주를 잊어달라"던 그였다. "붕붕 떴다가 떨어질 때 아무도 없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내가 나 자신을 추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없고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이다.
그의 배우관은 이렇다. "배우란 몸을 팔고 살지만 몸으로만 먹고 사는 직업은 아니다. 정서와 양심이 작품 안에 들어가야 한다." 선배 오지혜가 해 준 말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배우는 세상을 느껴야 한다. 생각을 하다 보면 입도 벌어지고 멍청해 보일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예쁜 척만 하다 보면 그 모든 걸 잃게 된다."
이런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있는 그가 이창동 감독의 두 작품에 연거푸 출연한 것은 필연이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이 가족 외에 유일하게 휴대폰에 단축키로 저장한 인물일지언정, 이제 그는 '이창동의 문소리'를 넘어서야 하는 단계다.
'바람 난 가족'은 그런 첫번째 시도. 남편(황정민)도 시아버지(김인문)도 시어머니(윤여정)도 바람이 나자 무용학원 강사인 문소리 역시 고교생(봉태규)과 바람이 난다. "집착도 전전긍긍하는 것도 없이 시원시원한 여자에요. 아마 아줌마들에게 박수를 받을 시원한 여자가 될 겁니다."
이창동 감독과 임상수 감독은 스타일이 다르다. 이 감독은 끊임없이 자학과 피학을 거듭하는 감독. "공주가 된 문소리가 아프고 괴로운 걸 직접 느껴야 질적으로 다른 울음이 나온다", 아프고 힘들게 반드시 '그 곳'까지 가야 한다는 식이다. 임 감독은 "힘들어요? 그럼 딴 거해요", '그 곳'에 가려면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하는 자유방임형. 그래서 앞으로 촬영하게 될 적잖은 정사 장면에도 문소리는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임 감독은 "김혜수가 노련하지만 풋풋함이 부족하다면 문소리는 그 반대다. 사람들이 '오아시스' 같은 영화에서 가졌던 문소리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싶다. 문소리는 사실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여성적 매력을 가진 배우"라고 평한다. 영화는 2월말까지 촬영을 마치고 이르면 5월말쯤 개봉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