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정치고문과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에 김원기(金元基) 고문과 문희상(文喜相) 최고위원, 유인태(柳寅泰) 전 의원을 내정한 것은 원만한 대야(對野)관계를 통해 취임 초기 국정을 원활히 수행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은 새 정부의 국정방향과 대야관계를 결정하는 핵심 요직이어서 인선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문 최고위원은 종합적 분석력과 함께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당내외 거중조정 역할도 수시로 맡아 온 점이 높이 평가돼 비서실장으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와의 인연으로 한때 한나라당에 몸을 담기도 했던 유 전 의원은 청와대의 정치적 창구인 정무수석에 기용됐다.
이는 대야 관계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겠다는 노 당선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노 당선자의 '정치 사부(師父)'로 불리는 김 고문이 대통령 정치고문역을 맡게 된 것에서도 집권 초 정치적 상황을 의욕적으로 풀어나가려는 노 당선자의 의도가 읽힌다.
세 사람은 과거 국민통합추진위원회(통추)에 관여하면서 노 당선자와 정치역정을 함께 해 온 측근들이어서 향후 정국향방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이미 "국회나 정당과의 관계에서 비서실장이 정무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며 청와대 정무진의 역할강화 방침을 밝혔었다. 문 최고위원도 "야당과의 대화를 위해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정례적으로 만날 것"이라며 이 같은 기조를 재확인했다.
특히 노 당선자가 청와대 비서실 인사를 서둘러 발표한 것은 합리적인 여야관계 형성이 소수 정권으로 출발하는 새 정부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총리 인준이나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등 '빅4'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노 당선자는 당 개혁을 둘러싼 양당의 내부 논란이 정리되는 대로 양측과 다각적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세 사람을 통해 야당과 당 내부 인사들을 다양하게 접촉, 원만한 국정운영을 도모하면서 향후 정계개편 바람에도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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