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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면](4)바지락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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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면](4)바지락 칼국수

입력
2003.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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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은 가장 흔한 조개다. 갯벌을 걸으면 발에 조개가 밟혀 '바지락 바지락'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천으로 널린 조개라는 의미이다. 잡기도 쉽다. 수관이 짧아 갯벌의 얕은 곳에 있다. 그냥 호미로 흙을 긁듯이 쓸어 담으면 된다. 요즘에는 양식 바지락이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고 가장 많이 소비되는 조개이다.흔하지만 영양적 가치는 만만치 않다. 육질에 타우린이 함유되어 있다. 타우린은 간의 해독기능에 도움을 주는 물질. 술 마신 뒷날의 해장용으로 좋다. 철분과 무기질이 많아 임산부와 노약자의 빈혈을 막아주고 피부도 곱게 한다. 몸 안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있어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다.

흔하면서도 내용이 충실한 바지락이 가장 서민적인 음식 중 하나인 칼국수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만드는 방법도 번거롭지 않다. 바지락과 감자, 호박 등의 간단한 야채, 그리고 국수만 있으면 된다. 어두운 곳에서 바지락을 해감시키는 것이 조금 번거로울 뿐이다. 야채가 반쯤 익으면 바지락을 넣어 끓이다가, 펄펄 끓으면 국수를 넣어 다시 끓이면 그만이다.

우리의 서해안 어디에서나 바지락 칼국수를 만들어 판다. 특히 제부도, 대부도, 용유도, 선재도 등 수도권의 인기 섬 여행지에는 한집 걸러 한집꼴이다. 대부도에는 한 곳에 30여 개의 칼국수집이 밀집해 아예 '촌(村)'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각 식당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어마어마한 양(量)이다. 혼자 먹는 경우 거의 바가지만한 그릇에 국수가 나온다. 여럿이 먹을 때에는 세숫대야 만한 그릇에 담겨 나온다. 덜어먹으라고 띄워 놓은 큰 국자가 왜소해 보일 정도이다. 누구나 '다 못먹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바지락 국물의 맛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조개 특유의 향도 강하지 않다. 그저 먹기에 편안할 정도이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끈이 있는 것 같다. 과자를 먹을 때 자신도 모르게 계속 손이 가는 식이다. 계속 국자를 든다. 그릇이 반쯤 빌 무렵 이마에 땀이 솟는다. 그 때부터는 배로 먹지 않는다. 뜨거운 몸의 열기가 계속 그릇을 비우게 만든다.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포만감으로 바다에 선다. 겨울 삭풍이 불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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