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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바다위 화분같은 섬이 260여개/日마쓰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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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바다위 화분같은 섬이 260여개/日마쓰시마

입력
2003.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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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여서 널린 게 섬이지만 이 섬들은 예사롭지 않다. 머리에 굵은 소나무를 기르고 있고 옆구리는 파도에 깎여 허연 절벽으로 드러나 있다. 잎이 울창한 화분 같다. 한두 개가 아니라 무려 260여개다. 파란 바다 위에 아우성치듯 무리지어 떠 있다. 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마쓰시마(松島)이다. 일본의 유명한 시인 바쇼(芭蕉)는 이 곳의 절경을 단 세마디의 시로 표현했다. "마쓰시마여, 아아 마쓰시마여, 마쓰시마여."

일본 동북방 미야기(宮城)현의 대도시 센다이(仙台). 마쓰시마는 센다이에서 열차로 40분 거리에 있다. 섬도 섬이지만 많은 역사유적과 숨결을 간직한 곳이기에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마쓰시마 여행의 일반적인 방법은 유람선이다. 많은 섬에 갇혀 있어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다. 유람선은 유리 같은 물을 가르며 섬과 섬 사이를 지난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 섬은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과 모습이 다르다. 모양이 제각각이다. 하늘로 솟구치듯 풍화에 깎인 절벽이 있는가 하면, 사방이 모두 물에 씻겨 마치 팽이를 물 위에 올려놓은 듯한 아슬아슬한 모습의 섬도 있다. 섬들은 계속되는 침식으로 모습이 변하고 하나둘씩 바다 속으로 사라져간다. 노을이 질 때면 마쓰시마는 색깔을 바꾼다. 바닷물의 빛깔이 불처럼 끓어오르고, 섬들은 검은 실루엣으로 반짝거린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아름다운 곳이기에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머물렀다. 그래서 유적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고다이도(五大堂). 작은 법당이다. 해안 바로 앞에 있는 섬과 두개의 붉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9세기 초 이 곳을 정벌한 장수가 해안의 아름다움에 반해 집을 지었고 이후 한 승려가 법당으로 만들었다. 일본의 동북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이다. 단청을 칠하지 않은 법당이지만 건물 옆에 새겨진 십이지신 등 매우 정교하게 지어졌다.

고다이도를 구경하며 간란테이(觀瀾亭)에 오른다. 바위 절벽 위에 지어졌다. 16세기부터 이 곳을 지배하던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가의 달맞이 장소이다. '잔잔한 물결을 보는 곳'이란 의미의 이 정자는 지금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다. 300엔을 내면 일본의 마차(抹茶)를 마시며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정자 안에 화려하게 채색된 그림이 걸려있다. 일본 귀족문화의 일면을 느낄 수 있다.

바닷가를 잠시 떠나 숲으로 든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절 즈이간지(瑞巖士)가 있다. 절이라고 하지만 다테 마사무네 일가가 필요시 은신처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집이다. 그래서 절의 분위기를 느끼기는 힘들다. 대신 일본 옛건축물의 내부를 공부하기에는 제격이다.

방주인의 신분에 따라 모두 다르게 만들어진 천정의 조각, 금으로 채색한 벽화, 수백년이 지나도 틈새가 벌어지지 않은 문설주 등 볼 것이 많다. 특히 마루 아래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자객의 칼을 막기 위해 영주가 다니는 복도는 두께가 한뼘이 넘는 통나무를 깔았다. 전쟁 속에서 살았던 전국시대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즈이간지의 최고 명물은 절로 들어가는 길이다. 약 300m의 길 양쪽으로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삼나무 중에는 수령 800년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길에 서서 절 입구를 바라본다. 삼나무숲 저 너머로 마쓰시마의 바다와 섬이 눈에 들어온다.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일본의 3대 절경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마쓰시마(일본 미야기현)=권오현기자 koh@hk.co.kr

● 미야기현 여행법

아시아나항공이 센다이공항까지 매일 1회 왕복운행한다. 오전 10시 20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고, 오후 1시 30분 센다이공항을 떠난다. 센다이공항 1번 승차장에서 에어포트 리무진 버스를 타면 센다이역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아직 국내에는 여행지로 크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여행상품이 많지는 않다. 마쓰시마의 절경을 구경하는 상품은 일본여행사(02-775-2580)의 센다이/마쓰시마 절경 여행. 4일의 일정으로 매주 목요일 출발한다. 79만 9,000원.

롯데관광(3992-302)은 센다이, 마쓰시마와 닛코를 연계한 3박 4일 상품을 내놓고 있다. 매주 월, 목요일 출발하며 가격은 84만 9,000원. 마쓰시마에서 유람선을 탄다.

미야기현 북부 산악지대의 스키장을 연계한 스키여행 상품도 있다. 일본여행사는 4일 일정의 스키투어를 69만 9,000원에 내놓고 있다. 매주 목요일 출발. 참좋은여행(593-4111)도 3박 4일의 스키투어상품을 판매한다. 매주 금요일 출발하며 가격은 69만 9,000원. 미야기현 서울사무소 (02)725-3978

● 미야기현의 명물

마쓰시마가 있는 미야기현에는 눈과 입 그리고 몸으로 즐길 수 있는 명물이 많다. 이왕에 길을 떠난다면 꼼꼼하게 경험해보자.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굴. 마쓰시마 남쪽의 산리쿠(三陸) 해안은 일본에서도 유명한 굴 생산지. 특히 찬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철이 제맛이다. 미야기 사람들의 이 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다른 곳에서 생산된 것을 약간이라도 섞어 팔다가 적발되면 지역 매스컴에서 크게 보도를 할 정도이다.

굴의 요리법은 다양하다. 그냥 생굴을 먹기도 하고, 굽고, 절이고, 튀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굴찌개. 각종 야채와 굴을 넣고 일본 된장을 듬뿍 넣어 끓인다. 약간 단 것을 제외하면 한국의 찌개요리와 거의 똑같다. 마쓰시마는 물론 센다이 시내에 굴요리 전문점이 많다.

미야기현은 일본의 목조 인형인 고케시의 본고장이다. 고케시는 막대 같은 몸통에 둥근 머리를 올리고 이목구비를 붓으로 그려 넣은 인형. 일본의 어느 가정에나 한두쌍 정도의 고케시가 있다. 5대째 가업을 잇는 등 미야기현에는 고케시 장인들이 많다. 각 공방마다 체험교실이 마련되어 있다. 잘 다듬어진 나무에 그림을 그리면 마무리 손질을 해 기념품으로 준다.

역시 일본여행의 백미는 온천. 미야기현에도 수많은 온천이 있다. 예전에는 몸의 치료를 위해 장기간 머물며 온천욕을 하는 여행지였다. 각 온천마다 그리고 온천정에 따라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온천욕을 경험할 수 있다. 미야기현 북서쪽에 위치한 나루코(鳴子)온천의 경우는 일정한 요금의 티켓을 사면 여러 온천장을 마음대로 입장할 수 있는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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