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들은 모여서 무엇을 했을까. 한국 문단의 이면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엮은 '문단유사(文壇遺事)'(월간문학출판부 발행)가 출간됐다.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신세훈)가 '문협 40년사'를 내기에 앞서, 정사(正史)를 뒷받침할 만한 현장 자료를 모아 펴낸 것이다. 구상 문덕수 이문구 강은교 정호승씨 등 문인 109명이 쓴 '문단유사'에는 문단의 크고 작은 사건, 문학단체와 동인에 얽힌 비화, 작고 문인에 대한 기억 등이 실렸다.문단 뒷얘기는 주로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집중된다. 평론가 김우종씨는 70년대 고(故) 김동리와 함께 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하면서 겪었던 '이상한 일'을 밝혔다. 문학의 사회 참여를 주장했던 김우종씨는 "순수문학의 대표 인물인 김동리 선생과 대립이 있어 격렬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해 세심하게 준비했다"고 돌아본다. 심사 당일 김동리는 뜻밖에도 김씨가 고른 작품을 즉석에서 동의, 김씨를 놀라게 했다. "심사에 걸린 시간은 고작 1분이었다. 지금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일"이라고 김씨는 회고한다.
문예지와 동인에 관한 숨은 이야기는 흥미롭다. 대원군의 미공개 서간 등 문헌자료 보따리를 들고 잡지사에 와 흥정을 벌이던 모 강사는 훗날 경제학 교수가 되고 장관까지 역임했다. 강은교씨가 회상하는 '70년대 동인' 탄생 뒷얘기는 그때 문학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뜨겁고 순결한 것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김형영, 필자, 소설가 윤후명이 된 윤상규 등이 서울 종로 목신의집에 모여앉아 옛 껍데기를 깨고 새 노래로 한국 시단을 짊어질 각오를 다지곤 했다. 1집이 나왔을 때 그것을 서울 시내의 책방마다 가지고 다니며 몇 권씩 깔았던 생각도 난다. 한달 뒤 수금하러 다니기도 했다. 누가 샀을까, 그것을. 누구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그 결과에 흐뭇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에게 복 있을진저!"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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