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출신의 한국인 여성이 중남미 오지에서 매춘부들의 재활교육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권혜영(33)씨는 중앙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병원 분만실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간호사. 그런 그의 인생이 1994년 우연히 기아대책기구와 함께 르완다 해외의료지원 활동에 참여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이듬 해 바로 사표를 쓴 그는 아무런 미련 없이 중미의 가난한 나라 온두라스로 떠났다. 5년간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빈민들을 위한 의료활동을 하던 권씨는 99년 10월 허리케인 '미치'로 인해 미국에서 대규모로 파견된 의료진 중 엘리자베스 헤이크를 만났다.
헤이크의 권유로 두 사람은 주말 밤마다 거리로 나섰다. "매춘부 일이라는 게 가난과 함께 대물림 되는 것이었어요. 대안도 없고 희망도 없어요." 권씨와 헤이크는 매춘부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 여인들을 모아 2년 과정으로 재봉기술을 가르쳤다.
이들이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고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람임을 깨우치기 위한 재활교육이었다. 30여평의 작업실에선 매일 테이블보와 침대보, 앞치마가 만들어졌고 이들에게 월급을 줄 수도 있었다.
권씨는 "그 동안 이미 약 60여명이 이 곳을 거쳐갔고 봉제공장에 취직한 이들도 있다"며 "2년 과정을 완전 이수한 이들은 드물지만 모두 다시 매춘을 하려 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지난 해 말 일시귀국한 그는 4월 다시 온두라스의 거리 매춘부 곁으로 떠날 예정이다. 그는 "절망에 빠진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삶에 의욕을 일깨울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