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 발표한 경기부양책에는 우선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지 않고서는 재선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정치적 결단이 깔려 있다. 2004년 대선 승리를 향해 6,700억 달러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공화당 의원들도 깜짝 놀라게 한 부시 대통령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은 그러나 부유층 특혜 시비와 함께 경제적 효과 논란에 직면해 있다.■문제는 경제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뼈아픈 정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걸프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부시 대통령은 경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소비자심리는 급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에 더 이상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꺼내들 카드는 감세뿐이다. 감세안에 회의적이던 폴 오닐 재무장관을 전격 경질할 때부터 부시 대통령의 대대적인 감세정책이 예고돼 왔다.
■두마리 토끼를 노렸다
경기부양책은 주식배당세의 완전 면제와 지난해로 끝난 실업수당 지급 기간의 연장, 개인소득세 감면 프로그램의 조기 시행 등 각종 감세안이 주요 골격이다. 이같은 세금감면으로 올해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인 9,200만 명이 1인당 평균 1,083달러씩 소득이 늘어나는 혜택을 보게 된다. 관심은 주식배당세에 모아져 있다. 6,74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의 절반(3,800억 달러)이 주식배당세의 폐지 효과와 직결돼 있다. 부유층 특혜 논란에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두 가지 목적을 이루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배당금을 받고 있는 3,500만 명의 미국인이 이번 조치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중 내년 대선의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노령 인구는 1,000만 명에 이른다.
주식배당세의 완전 면제 조치는 월스트리트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뉴욕 증시의 향배가 경제적 활력은 물론 심리적 안정을 나타내는 국가적인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은 주가 부양을 재선 승리에 필수적인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 약이 될까
주식배당세 완전 면제를 골자로 한 이번 경기부양책은 뉴욕 증시는 물론 세계 증시와 경제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백악관은 배당세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주가를 10%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뉴욕 증시는 경기부양책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 확대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6일 급등했다. 개인소득 증대→ 소비·투자지출 확대→ 경기 회복 본격화→ 미국 주가상승→전세계 주가 동반 상승의 선순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감세부분만큼 투자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감세 방안이 지난해 1,500억 달러에 이른 미국의 재정 적자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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