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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성장동력을 찾아서](4)BT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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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성장동력을 찾아서](4)BT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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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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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ℓ에 1억원짜리 염소 젖'일반 우유보다 10만배,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무려 7배나 비싼 염소 젖이 있다. 1998년 5월 한국과학기술원 유욱준 교수팀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형질전환 흑염소 '메디'의젖이다.

이토록 비싼 까닭은 'G-CSF'라는 물질이 1ℓ당 0.1g씩 포함되어 있기 때문. 이 물질은 백혈구가 부족한 암환자 및 악성빈혈 환자에게 특효가 있어, 1g당 가격이 무려 10억원에 이른다. 사람의 G-CSF 유전자를 이식받은 메디는 풀만 먹고도 일년에 1,800억원 어치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유 교수는 "10억원의 개발비를 포함해도 생산원가는 1,000분의 1"이라고 말했다. 일단 상용화만 되면 초(超)고부가가치의 상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국내 2호 신물질 신약인 대웅제약의 '상피세포성장인자'(EGF)는 이미 상용화에 성공, 작년부터 전문의약품으로 팔리고 있는 제품이다. 피부의 상처가 빨리 아물도록 작용하는 이 물질 역시 1g당 가격이 5억9,000만원에 이른다. 당뇨병 환자의 발에 생기는 난치성 궤양을 치료하는데 주로 쓰이지만 앞으로는 군인의 전투 중 부상이나 수술 환자의 절개부분 등 대부분의 외상에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이 회사의 생명공학연구소에서는 EGF가 2주마다 수백g씩 만들어지고 있다. 유전자 조작 대장균이 번식하는 80ℓ짜리 발효통이 EGF 화학공장의 전부다. 제조 비용은 인터페론, 간염백신 등 기존 의약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EGF를 개발한 한 연구원은 "원가는 비밀이지만 10년의 세월과 100억원의 개발비가 아깝지 않은 고부가가치 상품"이라고 말한다.

최고의 부가가치 산업 이처럼 기존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부가가치가 '굴뚝 없는 생체공장'이라는 생명공학(BT)산업의 진가다. IT산업과 비견되는 시장성도 큰 매력이다.

의약품과 농산물을 망라하는 세계 BT시장 규모는 2002년 700억달러(84조원)로 전세계 PC시장 규모와 맞먹는다. 이것이 2010년에는 2,000억달러 규모로 3배가량 성장하리라 예상된다. 10년 이상 소요되는 개발 기간과 수천억원에 이르는 투자비는 BT산업의 '높은벽'이지만 '100개 중에 1개만 성공해도 남는 장사'라는 고부가가치와 무궁무진한 시장성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을 꿈꾸는 한국의 21세기 전략산업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 BT산업은 연간 1조7,000억원 규모로 세계시장의 1.4%에 불과하지만 기술만큼은 BT선진국인 미국의 80%수준까지 따라잡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90년대 초 대기업 중심의 많은 투자가 이뤄졌고, 해외에서 수준 높은 BT교육을 받은 풍부한 인적자원이 밑거름이 됐다. 특히 BT기술을 상품화하는 제약산업의 수준이 세계적이라 일단 원료의 대량 생산방법만 확보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희망의 불씨는 이미 피어올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벤처과 대기업의 유기적 결합 이미 88년부터 BT분야에 매출의 5%, 연간 100억 이상을 투자해온 대웅제약의 경우 EGF외에도 다수의 BT신상품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후에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신물질 개발에 매년 수백억원을 퍼붓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BT벤처기업과 협력을 통해 기초 기술의 개발과 상품화 연구를 융합하는 전략이 채택됐다. 박병훈 상무는 "벤처기업이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대형제약업체는 자본과 마케팅력을 지원, 이를 상품화하는 역할분담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바이오벤처협회 김완주 회장은 "세계 BT기업의 모범이라는 미국 암젠도 같은 길을 갔다"며 "하나의 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는 '클러스터링'(Clustering)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 BT분야의 약점인 막대한 투자비와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확률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정부 정책의 허실 문제는 이같은 BT산업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현시킬 정부의 정책 의지다.

미국과 함께 BT분야의 최고 선진국인 영국은 각 주정부 단위에 BT산업 육성기관(DI)을 두고 대학 연구소와 벤처기업의 유망 기술을 발굴해 전 세계의 대기업과 연결해 준다. 또 과다한 중복 투자를 줄이고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BT인프라 구축에도 열심이다. 2010년까지 영국 곳곳에 BT기업의 각종 실험과 생산을 수탁하는 공동임상연구(CRO) 및 위탁제조기관(CMO)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체계적인 육성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와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며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이 인프라 확충"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기반시설이 충분해야 벤처기업과 연구소의 BT기술들이 쉽게 산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생물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구태의연한 백화점식 정책나열에서 벗어나 산업에 미치는 혜택부터 고려,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5∼6년이 우리나라 BT산업의 성패를 가를 시기"라며"정부와 대기업, 벤처기업이 유기적 협력을 통해 총체적인 BT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국내 新藥 개발현황

BT산업의 총아는 신약(新藥)이다. 신약이란 특별한 기능의 신물질이나 기존 물질의 새 효능을 의약품으로 만든 것. 개발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적 경험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신물질 신약의 보유 여부는 그 나라의 제약 및 BT산업 수준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우리나라는 1897년 동화약품의 '활명수'가 근대적 제약 산업의 문을 열었지만 독자 개발한 신약이 나오기까지는 그후 100년이 걸렸다. 1999년 SK케미컬에서 개발한 제3세대 항암제 '선플라주'가 국내 신약 1호. 1999년 7월부터 위암 치료제로 팔리고 있다.

이 약품은 국내 첫 신약이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도 1회 분량에 5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의 외산 항암제를 대신해 연간 80억원 가까운 수입 대체효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신약 독립국'이 되는 전환점이 됐다.

2001년에는 대웅제약의 당뇨성 족부궤양 치료제 '이지에프'(EGF) 스프레이가 국산 신약2호로 등록됐다.

EGF의 뒤를 이어 같은 해에 발표된 국산 신약 3호가 동화약품의 '밀리칸주'다. 게 껍질의 주성분인 키토산에 방사능 동위원소 홀뮴을 결합한 신약으로 간암 및 류머티스에 특효약이다.

■ BT벤처 성공모델

생명과학기술(BT)의 발생지로 불리는 미국의 '암젠'(Amgen·로고)사는 현재 BT분야 최고의 기업이다. 전형적인 벤처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오늘날 세계 BT산업시장의 10%를 점유하는 거대기업으로 급성장해 이 분야의 독보적 성공모델이 되고 있다.

198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옥스에서 10여명의 과학자와 벤처기업가가 모여 출범한 암젠의 초기자본금은 1,900만달러. 그러나 20년이 지난 2001년 암젠의 매출은 40억1,570만달러(약 4조8,000억원)의 공룡 기업으로 변신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순이익이 무려 11억1,970만달러로 매출액의 25%에 이른다는 점이다. 2002년에는 50억 달러 매출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암젠은 BT 벤처기업 최초로 91년 미국 경제지 '포천'(Fortune)의 500대 기업으로 선정돼 세계 BT벤처 붐의 시조가 되었으며 최근에는 포천의 100대 기업 중 53위를 차지하며 고속성장의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초고속 성공신화의 비결은 무엇인가. 우선 암젠은 사업 시작부터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단백질 치료제'에 모든 역량을 결집했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핵심역량을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신물질 개발에도 중점을 두었다. 마지막으론 대학교 및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력하게 추진, 경쟁업체보다 항상 앞서 나갔다는 점이다. 최근 '암젠 모델'로 불리기 시작한 이 전략들은 전세계 BT기업 경영자들의 뇌리에 '성공을 부르는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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