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돈을 번 기업이 아니라 모범 벤처기업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디지털카메라 전문기업 피시라운드 허성도(許性道·46·사진) 사장은 '벤처 장인'으로 꼽히고 있다. 허 사장은 1984년 정보기술(IT) 벤처기업 성도물산을 창업해 사운드카드, 모뎀, 랜카드, 영상보드 등 PC 주변기기를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해 큰 돈을 만져본 적도 있고, 95년 창립된 IT 중소·벤처기업 연합회의 원년 멤버이기도 하다.
"성도물산이란 사명은 삼성물산과 같은 큰 기업이 되겠다는 야망의 표현이었지요. 그러나 벤처업계에 20년 가까이 몸 담고 있다 보니 '정상적인' 경영으로는 성공을 꿈꾸지 말아야겠더라구요."
그의 고백대로 허 사장의 경영기법은 국내 벤처 풍토에서는 비정상적이다. PC 주변기기를 생산하던 시절 대박을 터뜨렸지만 그 흔한 코스닥 등록은 커녕 벤처캐피털의 투자 한번 받아본 적 없다. "최고경영자(CEO)가 매출을 부풀려 회사 규모를 키우고, 자금을 펀딩(조달)해 주가를 올리는 데 전념하다 보면 벤처 본연의 도전정신은 퇴색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각종 벤처게이트도 빈발하지 않았습니까."
허 사장은 PC 주변기기 시장을 대만 수입품에게 빼앗긴 뒤에도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 꾸준히 기술개발에만 매달렸다. 그래서 탄생시킨 작품이 초소형 디지털카메라 '피카' 시리즈.
피카Ⅰ은 35만 화소급의 디지털카메라로 캠코더로도 사용할 수 있다. 크기는 담배갑보다도 작다. 1월중에 선보일 피카 Ⅱ와 피카Ⅲ는 각각 플래시와 130만 화소 기능을 덧붙였고, 둘 다 디지털 녹음기를 장착했다. 가격은 20만원을 넘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 주류시장을 포기하고, '휴대용 기록기기'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피카Ⅱ와 피카 Ⅲ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 매출 1,000억원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죠."
허 사장은 "피카 Ⅰ의 판매량을 보면 피카 Ⅱ와 Ⅲ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다"며 "피카의 수익을 모두 다음 시리즈에 투자해 소니, 캐논, 엡손에 뒤지지 않는 디지털카메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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