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충실하면 용기가 샘솟는다.'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첫해인 1996년 주니치 드래곤즈의 스프링캠프에 갔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락커 곳곳에 붙어있던 키워드였다. 수십가지의 키워드중 유난히 눈에 쏙 들어왔던 게 '준비'와 '용기'라는 단어였다.현역시절 매년 이맘때면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올해는 이것만은 꼭 보완하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용기가 생겼고 정신적으로 큰 위안이 됐다. 계획했던 일이 모두 성취된 것은 아니었지만 용기백배했던 게 사실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하나가 있었다. 당시 주니치 주장이던 다쓰나미가 경기를 시작하기 전이나 끝난 후에 항상 하던 일이 있었다. 경기전후에 글러브는 물론 스파이크를 깨끗이 닦는 모습은 나에겐 낯설었다.
국내에 있을 때 나는 글러브를 손질한 적도 스파이크를 닦은 적도 없었다. 궁금해서 "너는 왜 매일 경기전후에 도구를 손질하느냐"고 다쓰나미에게 물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는 프로다. 프로선수가 도구를 손질하는 것은 당연하다. 글러브는 내 몸의 일부이다. 프로선수가 팬들 앞에 나설때는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었다.
"도구를 손질하면 행운을 부른다." 야구계에서 통용되는 불문율중 하나이다. 프로선수라면 도구를 손질하는 것은 당연하다.
항상 사용하는 도구의 손질을 게을리 하는 것을 좋게 볼 수는 없다. 일례로 일본의 유명한 재벌기업 총수 혼다씨는 사람을 사귈 때 그 사람 집의 화장실을 가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화장실은 그 사람의 인간성 및 성격을 잘 나타낸다고 한다. 실제로 도구를 보면 그 사람의 생활을 알 수가 있다. 항상 새것과 같이 잘 손질해 놓으라는 것은 아니다. 격렬한 연습 후에 잘 손질해 놓으면 언제 행운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즉 행운은 평소에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의미다.
세일즈맨의 경우 복장이나 몸 상태가 단정하지 못하면 결코 우수한 인재라고 말할 수 없다. 평소부터 작은 것에 세심한 신경을 쓰는 습관이 행운을 부르는 비결일 것이다. 비단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선수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때때로 사소하지만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 말 속에는 매사를 준비하는 사람만이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용기는 준비를 제대로 한 사람에게만 샘솟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각오를 다진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오늘의 쓴 열매를 내일의 단 열매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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