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희망하는 32세 여성과 상담한 적이 있다. 이 여성은 "여러 회사에 원서를 냈지만 나이가 많다며 받아주지 않았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한참 일할 능력이 있고 아직도 풋풋함이 가시지 않은 이 여성을 우리 사회가 나이만을 앞세워 '퇴물' 취급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앞섰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자면 제도 개혁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연령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본다.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올해 나이 94세이지만 기업경영과 컨설팅, 책 출간을 왕성하게 하고 있으며, 77세의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경제를 주무르고 있다.
우리처럼 나이를 따지고 조기 은퇴를 강요하는 나라는 드물다.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73세의 조지 소로스와 정보통신 업계의 리더로 꼽히는 41세의 안철수 박사는 나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업이나 공공단체가 연령을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면 소중한 인적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한꺼번에 직원들을 20, 30대만으로 채우고 나서 신규 사업을 벌였다가 위기를 겪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물론 능력이 없으면서 권위만 내세우는 고령자는 얄팍한 잔꾀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젊은이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훌륭한 경험과 경륜이 나이만을 이유로 퇴출 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 매체도 인물을 소개할 때 나이를 강조하는 관습을 깨야 한다. 그래야 나이의 많고 적음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갈 것이다. 관습적으로 언론 매체에 나이가 강조되면서 인물의 능력이나 인품에 앞서 무의식적으로 나이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화나 글로벌 비즈니스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일에 대한 능력이나 자리를 거론할 때 나이는 묻지도 말고 내세우지도 말자. 그러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연령 문제는 자연스럽게 떠나게 될 것이다.
홍 석 기 스카우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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