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이 빠진 법은 무의미하죠.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인권침해 요소를 찾아내고 인권위원회에 진정하면서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배울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 대해 새로운 눈을 떴을 것입니다."최근 이화여대 금혼학칙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인권위 조사를 이끌어낸 건국대 한상희(韓尙熙·45·법과대학장·사진) 교수는 강의 과제로도 사회의 인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표정이다.
인권위가 이화여대 금혼학칙에 대한 조사에 나서게 된 것은 한 교수가 2학기에 강의한 전공필수과목 '헌법'을 수강한 한 여대생의 진정이 있었기 때문. 한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인권 침해 요소를 찾아 인권위에 진정하고 접수증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내주었고, 수강생 70여명 중 24명이 이 과제를 수행했다. 한 교수는 "이대 금혼 학칙이 오래 전에 폐기된 줄 알았다"면서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도 미처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던 사안들을 학생들이 지적하는데 놀랐다"고 말했다.
대학사회에 남아있는 반인권적 요소들도 들춰졌다. 학생들이 인권위에 진정한 내용의 상당수는 대학과 관련된 것들로 모대학이 입학생들에게 특정 종교와 관련된 서약서 제출을 강요하는 것, 국립대 도서관이 외부인의 이용을 금지하는 것 등이 지적됐다. 한 교수는 "학생들이 토익이나 토플시험때 청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것, 군복무회피를 이유로 정부가 가수 유승준의 입국을 거부한 것, 국립중앙도서관이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 등도 지적했는데 이는 모두 인권 차별로 판단할 여지가 충분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처음에는 국가기관인 인권위를 상대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던 학생들이 차츰 자신감을 갖더라"면서 "기본권을 다루는 강의였는데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으로 옮기고 교과서로 배우지 못하는 법의 정신을 깨우치는 등 학습 효과도 높았다"고 평가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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