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단순·경미한 사건에 한해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경찰과 검찰의 중복수사에 따른 국민 불편을 줄이고 동시에 수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수사권 독립'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경찰과 '기소권 분산 불가'를 주장해 온 검찰 등 양측 기관의 입장을 절충한 측면도 없지 않다.우선 도로교통법·식품위생법 위반 등 연간 120만 건 가운데 60∼70%인 경미한 사건까지 일반 형사 사건처럼 검찰이 '피의자 소환→조서 작성→공소제기→공소유지' 등 전 과정을 담당하는 현행 수사 시스템이 수사력 낭비 등 여러 면에서 부적절하다는 게 인수위의 판단이다.
또 피의자는 물론 참고인 등 무고한 사건 관련자까지 경찰에서 1차 조사를 받았는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뒤 검찰에서 재조사를 받아야 하는 현 수사 관행은 수사기관 위주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경찰이 자체 인지, 수사한 경미한 사건들은 검찰이 적용 법리의 적절성 여부 등만 검토한 뒤 기소, 추후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 인수위의 기본 구상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6일 "문제는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등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증거능력으로 인정치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을 참여시킨 가운데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작성,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 부여에 적극적인 데는 "살인 피의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백화점식으로 무차별 확장해 온 검찰 수사 체계를 차제에 개편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단순 민생 사건들은 경찰에 일임하되 검찰은 고도의 법률적 지식을 요하는 특수·대형 사건이나 복잡한 경제사범, 권력형 비리 등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수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수사지휘를 하는 수사권 이원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도 인수위에 보낸 '노무현 당선자 공약 관련 의견서'를 통해 경미한 사건에 대한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 부여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수위는 경찰의 독자수사권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이다. 경찰에 기소권까지 줄 경우 피의자 인권침해 및 범죄인과의 유착 시비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엘리트인 경찰대 출신들이 아직 경찰 내에서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라며 "경찰은 인원만 10만 명이 넘는 거대 조직인데 기소권까지 부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사건이 경미하더라도 경찰이 자체 수사해 종결하면 누가 감시하고 통제하겠느냐"며 기소권 부여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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