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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스타예감]"팝페라 왕자" 꿈꾸는 17세 美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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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스타예감]"팝페라 왕자" 꿈꾸는 17세 美聲

입력
2003.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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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팝의 크로스오버 팝페라를 하겠다는 10대 소년이 나타났다. 미국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 성악과에 재학 중인 17세 소년 임형주가 10일 '살리 가든(Salley Garden)'이라는 팝페라 음반을 발매한다. 10대 남성 팝페라 가수는 팝페라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흔치 않다. 1997년 미국 언론에서 팝페라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이래 사라 브라이트만, 안드레아 보첼리 등 1세대 가수들에 이어 이지(28), 샬롯 처치(17) 등 가수들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소년가수로 스타가 된 사람은 아직 없다. 국내 팝페라 가수로는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지난해 음반을 낸 마리아 이후 두번째.10대 남성이라는 조건상 임형주의 팝페라는 기존의 오페라 스타일의 팝페라와 느낌이 다르다. 경력에서 우러나는 묵직한 힘, 클래식의 중후함은 없다. 카운터 테너로 오해를 받을 정도로 맑고 높은 소리. 평소 말 할 때도 아직 변성기가 진행 중인 소년처럼 들릴 정도다. 기교도 많지 않아 깨끗하게 울려 직선으로 귀에 꽂힌다. 듣는 이를 소름 돋게 만드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스물 살은 넘어야 목소리가 완성된다는 클래식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 충분히 여물지 않았다는 평도 당연하다. 그 자신도 "앞으로는 두께나 깊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부드러운 팝 창법 밑에 성악 발성이 깔려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임형주에게 팝페라 가수의 길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맨 처음에는 그도 대중 가수가 되고 싶었다. 열두 살 때는 재미 반 기념 반으로 가요 음반을 냈고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해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를 부르기도 했다. 변성기가 채 안된 맑고 예쁘장한 그의 보이 소프라노는 지금까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무렵 들은 마리아 칼라스가 인생을 바꿨다. 다른 노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무언가가 그를 사로 잡았다. 망설이는 부모를 졸라 겨우 두 달 레슨을 받고 예원학교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성악 발성을 배우면서 욕심이 생겼고 자신에게 타고난 목청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모에게 떼밀려 억지로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요령도 피지 않고 열심히 했다. 교사들은 한결같이 "굉장한 하이 톤에 나이에 비해 표현력이 성숙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파바로티 같은 성악가가 되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좌에 서보고 싶다"는 꿈과 "더 넓은 세상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의지로 2002년 영재를 뽑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 성악과에 응시, 합격했다.

유학은 또 한번 그의 인생을 바꿨다. 줄리어드의 교수들은 그에게 정통 클래식보다 팝페라 가수가 되라고 적극 권유했다. 타고난 목소리가 팝페라에 훨씬 더 잘 맞는다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않던 제안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달간의 고민 끝에 팝페라를 택했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클래식은 일단 이미 확립된 틀이 있어 내 목소리를 거기에 맞추어야 하는 반면 팝페라는 나의 개성을 더 많이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미국에 가서 깨달은 거지만 동양인 남자는 아무리 해도 결코 파바로티가 될 수 없다는 서양 음악계의 현실도 한 몫 했죠." 우상처럼 되기보다는 시대를 앞서 가기로 한 셈이다.

한국에서 발매하는 첫 음반은 일단 모두 평소 즐겨 부르는 외국 노래로 싣기로 했다. "가곡이나 가요도 부르고 싶은 노래가 정말 많지만 그렇게 하면 팝페라가 아니라 색다른 대중 가수로 오해를 받을까 일부러 안 넣었다"고 한다.

수록곡 중 클래식은 '아베 마리아'와 이탈리아 가곡 '오 델 미오 아마토 벤' 두 곡 뿐이고 나머지는 '더 워터 이즈 와이드' '원스 어폰 어 드림' '오버 더 레인보우' '투나잇' 등 모두 귀에 익은 대중적인 멜로디. "첫 음반이라 일단은 팝페라를 알리기 위해 대중적인 곡들로 골랐어요. 클래식에 가깝냐, 팝에 가깝냐보다는 좋은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해요." 국내에 비교적 덜 알려진 타이틀 곡 '살리 가든스'는 아일랜드 민요로 미국 학교 앞 악보 가게에서 악보를 뒤적이다 귀에 꽂혔다.

임형주는 2월 첫 콘서트를 연다. 팝페라의 특성을 살려 영상을 곁들이고 격조가 있으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생각이다. 공연 후에는 미국으로 돌아가 학교에서 성악 공부를 하면서 6월 미국에서 낼 팝페라 음반을 준비한다. "스무 살까지는 목소리를 아끼며 하나하나 도전할 거예요. 세계 시장에서 통하려면 팝페라도 성악적 기반이 탄탄해야 하니까요." 모든 것을 꿈꿀 수 있는 나이, 팝페라라는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는 임형주의 마음은 벌써 세계 무대로 향해 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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