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흘러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와 경제5단체장이 만날 때만 해도 삼성은 다소 느긋해 했다. 그러나 올들어 인수위 관계자의 그룹 구조조정본부 해체 유도 발언, 노 당선자의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 관철 발언 등이 이어지자 그룹내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삼성의 위기감은 노 당선자의 반재벌적 성향에서 파생되는 인수위의 재벌 정책, 그 재벌 정책을 창안하고 추진하는 인수위 인사들의 면면에서 기인한다.
인수위는 재벌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큰 틀은 제시돼 있는 상태다. 상속·증여세의 완전 포괄주의 전환,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출자총액제한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권 강화 등이 노 당선자가 이미 공약한 재벌 개혁 정책의 핵심이고, 인수위 관계자들을 통해 구조조정본부 해체 같은 추가조치등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인수위가 구상중인 재벌 정책이 시행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기업으로 삼성을 꼽고 있다. 그룹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해당되는 사안들이 많고, 구조본도 기능과 역할, 규모 면에서 가장 강력하다. 또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보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한 변칙 증여가 문제돼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 문제는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과 맥이 닿아 있다.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가 도입되면 삼성생명 계열분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여기에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기업 규모 때문에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된다. 출자총액제한제를 유지하고 공정위 조사권을 강화하면 오너의 기업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 인수위 핵심 인사들의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도 부담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인수위 경제2분과 김대환(金大煥·인하대 교수) 간사는 참여연대에서 정책위원장과 참여사회연구소장 등을 지내면서 재벌 개혁 운동을 벌여왔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삼성SDS BW 변칙 증여를 고발하는 등 소액주주 보호운동을 해왔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재벌개혁이 삼성을 겨냥하고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의 재벌 정책이 그대로시행될 경우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 못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며 "그런 식의 논리 전개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도 "인수위의 재벌 정책이 삼성을 겨냥한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며이 같은 해석을 적극 부정하고 있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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