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일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을 포함한 8대 주요 국정과제를 사실상 확정했다.이들 과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16일부터 시작되는 부처별 합동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잠정적으로 마련된 것이지만, 내용을 살펴볼 때 향후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및 중장기 국가 경영 전략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노 당선자가 그 동안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바로 선 대한민국' '잘사는 대한민국' '따뜻한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 등 4대 과제를 비롯, 20대 정책목표와 150대 핵심 과제 등 국가 발전 전략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과제들은 단순히 한 부처에만 한정된 의제가 아니라 각 부처간에 수평적이고 유기적인 업무시스템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노 당선자의 향후 국정운영 추진 방향을 엿보게 한다.
예를 들어 국가시스템 혁신 과제의 경우 부정부패 척결은 물론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 확립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법 개정 및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향후 부처별 일상 업무 및 정책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큼직한 국정 과제들만 직접 챙기겠다는 노 당선자의 의지가 반영돼 있기도 하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지방분권화는 노무현 당선자의 국정운영 청사진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과 지방대학 육성이 핵심이다. 인수위 내에 행정수도 이전 태스크 포스팀을 만들어 구체적인 이전 방안을 수립, 취임 후 국민토론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또 지방대학지원법을 제정하고 지방대학과 중소기업에 대한 R& D 투자도 획기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역균형 발전 촉진책으로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균형위원회' 설치와 지역균형발전특별법 제정, 지자체 권한 강화, 주민소환제 및 주민투표제 도입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지방출신의 공공부문 취업을 보장하는 '인재 지방할당제'와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유력한 대안이다.
■국가시스템 혁신
낡은 정치·사회 시스템을 타파하고 새로운 국가운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노 당선자의 핵심 캐치프레이즈였다.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의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과 대통령 친인척의 신규 공직진출 금지, 재산형성과정 공개 방안 등을 내놓았다.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 확립도 중요한 요소다. 인사청탁을 할 경우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노 당선자의 경고나 인사추천위원회 도입도 같은 맥락이다. 상향식 공천과 국민경선제 중앙당조직 슬림화 등 정당개혁과 고비용 정치구조 탈피도 실천과제다.
■국민통합 실현
고질적인 지역주의와 계층·세대 간 갈등을 극복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최대 과제다. 이번 대선에서 젊은 층에서 일부 변화의 기미는 보였지만 지역주의는 여전한 난제로 남았고 세대 갈등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노 당선자는 국민통합을 위한 헌법 개정을 공약했고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도 제안한 상태다.
점증하는 빈부격차와 계층간 갈등 해소도 국민통합의 중요 요소다.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등 조세제도 개혁과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 취업 및 고용불안 해소는 1차적 실천과제다. 사회적 차별금지법 제정 및 국가차별시정위원회 설치 등 제도적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핵 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시급한 과제다. 한반도 평화는 동아시아 중심국가 건설 아젠다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남북간 화해협력을 위해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도 실현한다는 복안이다. 인도주의적 대북지원과 남북간 경제교류 활성화를 통해 경제공동체를 이룬다는 장기계획도 깔려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다각적 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해나간다는 것이 노 당선자의 대외정책 기본 방향이다. 21세기형 첨단 정보과학군으로의 변신과 다자간 포괄적 안보협력 강화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한 틀이다.
■지식·문화강국 건설
21세기는 지식과 문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미래 인식이 담긴 국정 아젠다이다.
지식과 정보, 문화 컨텐츠에 기초한 21세기 지식·문화산업 시대에 대비, 창의적 지식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율과 다양성의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 형태 및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화, 학교의 자율운영 체제와 교사 자율권 강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21세기 문화대국 건설을 위해 문화예술계 지원을 확대하고 문화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경제분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제·복지 분야 국정 아젠다로 선진경제 시스템 구축,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삶의 질 향상 등 3가지를 택한 것은 '분배 편중'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성장 중시' 정책을 펼 것임을 시사한다. '분배와 성장의 조화'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성장의 잠재력을 확충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선진경제 시스템 구축
재벌 규제 강화를 통한 공정한 '게임 룰' 을 만드는 것 보다는 시장의 자율성 확대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인수위 이정우(李廷雨) 경제1분과 간사는 "분배 편향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적절한 조화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허가 등 기업 규제 전면 재검토 준조세 대폭 정비 중소기업 지원체제 혁신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의 협력체제 강화 등의 방안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 개혁은 재계의 강도 높은 반발을 감안, 현 정부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환(金大煥) 경제2분과 간사는 "현 정부의 '5+3 원칙'을 견지하며 출자총액제한제 등 각종 규제는 더 확대하지 않고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등도 규제 보다는 투명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우리나라에게 '단기적인 기회'이자 '중장기적인 위기'다. 단기적 기회를 동북아 특수로 연결시키고, 중장기적 위기를 경쟁력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현 정부가 경제자유구역(경제특구)에 다국적기업 아시아본부를 대거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새 정부는 동북아 경제 협력 강화와 동북아 시장 개척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중국의 내륙 개발, 러시아의 자원 개발, 북한의 개방과 개발 수요 등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 정부의 '7% 신성장' 달성 목표는 동북아·북방 특수를 통한 시장 창출을 주요 배경으로 깔고 있다. 인수위는 대통령 직속 '동북아 중심국 프로젝트 전담기구' 설치 동북아 경제 및 평화협력체 창설 중국 러시아를 관통하는 '철의 실크로드' 완성 등의 공약을 구체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민 삶의 질 향상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더 이상 한국 땅에서는 살기 싫다는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엄청난 사교육비 탓에 교육 이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자산 가격 폭등 등으로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등의 모순 투성이인 현실을 개혁하겠다는 취지다.
골자는 저소득층 뿐 아니라 전체 국민의 보편적인 복지를 높여 국민의 70%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노인 복지, 여성의 사회 참여에 따른 아동 복지, 장애인의 평등권 실현 등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재정 고갈 위기를 맞고 있는 국민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제를 개선해 연금의 제 기능을 회복하고, 공교육을 바로 세워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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