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나와 다르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탄동에 위치한 전자부품회사 (주)세화의 세탁기 조립라인. 지난해 9월 고교를 졸업한 정신지체 2급 장애인 정웅진(鄭雄鎭·18)군도 컨베이어 벨트 양쪽에 늘어선 동료들 틈에 끼어 세탁봉을 조립하고 있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웅진이는 휴식시간이 되자 여느 10대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에 열을 올렸다.지난해 매출 1,000억원에 수십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정도로 탄탄한 중견기업인 이 회사 350명 직원 중에는 심신에 장애를 갖고있는 직원이 20여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들은 밖에서는 몰라도 각자의 특성에 맞춰진 작업을 해내고 있는 사내에서만은 자신들의 장애를 인식할 일이 거의 없다.
20년 전 다른 회사에 근무할 때 프레스에 손가락들을 잃은 이인희(李麟熙·58)씨는 기관시설 관리반장으로서 용접과 냉장고 조립일을 지휘하며 비장애인들을 숙련공으로 키우고 있다. 이씨는 "내가 맡은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데 손이 불편한 것은 아무 문제도 안된다"고 말했다.
12년째 TV조립 검사를 하고 있는 언어장애인 이찬양(李讚揚·40)씨도 없어서는 안 될 베테랑 일꾼.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장애인우수근로자상을 수상한 이씨는 "급한 일이 있어도 동료들이 모두 수화가 가능해 일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동료 조해순(趙海順·45·여)씨는 "이씨와 함께하면서 장애인 모두를 편견없이 대할 수 있게 됐다"며 이씨와 함께 일하는 사실을 오히려 복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가 장애인들을 특별배려하지는 않는다. (주)세화는 채용에서부터 승진, 복지정책까지 장애인에게 일체의 혜택도 부여하지 않는 점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다. 8년째 장애인 직업재활훈련을 담당하는 최동민(崔東敏·40) 총무과장은 "장애인을 무턱대고 감싸주고 위로해주면 오히려 의지만 약화시킨다"며 "회사는 복지단체가 아니라 누구나 똑같이 일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장애인의 날'에 문화상품권 몇 장씩 나눠주는 것이 그들에 대한 특혜라면 특혜일 뿐이다.
이기병(李起炳·48) 대표는 "장애인을 쓰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이야말로 심각한 장애"라며 "장애인 고용문화가 정착되면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수원=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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