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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방패-첨단무기 맞붙나

입력
2003.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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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에 맞서 '인간방패'전술을 적극 구사할 의도를 내비쳐 인간방패가 이라크전의 주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인간방패 전술은 비무장 민간인들을 피격 대상 지점이나 시설에 집중 배치함으로써 공격을 억지하려는 일종의 비정규전 수단이다.■"전세계에서 10만 명 지원"

이라크 군 기관지 알-카디시야는 4일 "이라크는 미국의 공격에 대응해 인간방패가 되기로 자원한 각국의 수 천 명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인간방패 지원자 모집 캠페인을 벌인 만수르 무라드 전 요르단 총리의 말을 빌어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0만 명 정도가 지원했다"고 전했다.

타레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도 2일 "이라크 정부는 인간방패 지원자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이라크 국민뿐 아니라 아랍국가와 전세계 자유 국가들이 대미 저항에 참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측에 따르면 인간방패는 일단 자원자들로 구성된다. 순교를 불사하는 이라크 국민이 주류를 이루고 아랍 각국의 반미 세력, 서방의 반전단체 회원들이 참가할 전망이다. 지난달 이라크 집권 바트당 고위관리는 "인간방패 역할을 할 아랍계 자원자들이 속속 바그다드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랍권 국가와 서방 각국 등 70여 명의 대표가 참석해 지난달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반전회의에서도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인간방패를 보내기로 했다. 지난해 말 BBC 방송은 이라크를 위한 인간방패를 자원한 한 영국인의 말을 인용, 미국에서만 200여 명이 자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는 이들을 대통령궁과 지휘통제소를 비롯한 주요 군사·산업시설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바트당 고위관리는 이미 지난달 "해외 자원자들을 '민감한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과거에도 인간방패 전술을 활용한 적이 있다. 1997년 미국과 영국의 대규모 공습이 단행됐을 당시 이라크는 유엔의 자제 촉구를 묵살하고 민간인을 배치함으로써 주요 시설의 피격을 최소화했다.

■왜 인간방패를 내세우나

이라크가 인간방패를 동원하는 것은 우선 미국의 첨단무기에 맞서 지구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미국의 대규모 정밀타격무기 공격으로 초전에 전쟁수행 시설이 무력화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둘째는 피격될 경우 민간인 희생을 부각시킴으로써 세계적 반전 여론과 아랍권의 단결을 끌어내려는 의도다. 공격을 반인륜적 전쟁범죄로 몰아붙여 대내외적 반미 분위기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바드다드 등 대도시를 거점으로 시가전까지 계획하는 것은 이 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아랍권 국가들은 인간방패 민간인들의 희생이 미국의 미디어에 의해 조작되거나 묻혀버릴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카이로 반전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전쟁 발발 시 인도적 상황을 감시할 대표단도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으로서는 인간방패가 자원이든, 의도적 동원에 의한 것이든 전쟁 수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밀타격무기로 외과 수술을 하듯 공격한다 하더라도 인간방패 희생자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간방패 활용의 비인간성을 부각하는 국제적 여론을 조성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방패가 본격 배치되기 전에 주요 시설을 먼저 파괴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군사력의 완벽한 사전배치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에서 역시 부담은 크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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