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전문기업 영안모자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하는 일류 중소기업이지만 인력 부족률이 20∼25%에 달한다. 세계 1위의 전문기업이라 해도 젊은이들이 중소업체라는 이유 하나로 무조건 기피하기 때문이다. 동종업체들이 영세해 입사후 이직의 기회가 적다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박동환 부장은 "섬유산업 중에서도 봉제분야이고, 의류도 아닌 모자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보니 젊은 인력들이 취업 메리트를 못찾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는 생산 차질이 없지만 앞으로는 노인들하고만 일을 해야 할 형편"이라고 푸념했다.
세계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거나, 국내 대기업과 당당히 경쟁하는 초우량 중소기업마저 이처럼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 알아주고, 대기업들이 견제하는 기업일지라도 '중소기업'이라는 딱지만 붙으면 일단 비전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단순 생산직뿐 아니라 기술개발 인력도 등을 돌리는 것이다.
5일 채용정보 전문업체 리크루트가 산업자원부 선정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27개사를 대상으로 인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15개사가 핵심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인력 수급이 비교적 원활하다는 업체는 9개사에 불과했다. 구인난의 원인으로는 8개사가 '기업이 원하는 기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해서', 4개사가 '중소기업 임금으로는 우수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HDTV 수신모듈(내장형 셋톱박스)을 개발해 다국적 가전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디지털스트림테크놀로지의 경우 연구진에게 대기업보다 10∼20% 높은 임금과 스톡옵션을 주고 있는데도 사람 구하기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다. 디지털TV 인력 풀이 워낙 빈약하고, 대기업들이 인력을 놔주지 않는 통에 다국적 기업들의 주문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최근 외국계 가전기업 몇 곳으로부터 수신모듈 납품을 의뢰받았지만 개발 일손이 모자라 거절하는 수 밖에 없었다.
대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지리정보시스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캐드랜드는 1992년부터 교육센터를 세워 대학교수들까지 가르쳐왔다. 그러나 어렵게 신입사원의 실력을 키워놓더라도 대기업들의 저인망식 싹쓸이에 의해 고스란히 인재를 빼앗기는 실정이다. 캐드랜드 윤재준 사장은 "항상 사람에 목말라 있다"며 "사내에서 인재를 키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캐드랜드가 이 정도면 다른 기업들의 실정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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