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해'다. 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공기와 더불어 생물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질'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그토록 우리의 생명에 필수 불가결한 물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이를 별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어 지구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올해를 '물의 해'로 지정한 이유다. 유엔은 물이 '경제적 자원'이 아니라 '기본적 인권'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엔은 현재 세계 인구 약 60억명 중에서 12억명이 안전한 식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24억명은 아무런 위생시설 없이 물을 마시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 등으로 매년 300만명이 비위생적인 식수로 해서 사망하고 있다. 전망 또한 결코 낙관적이지는 않다. 유엔은 2015년부터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물 부족 국가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세계 물 위원회(WWC) 등은 지금과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2025년까지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난해는 유엔이 정한 '국제 산의 해'였다. 당시 유엔은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이며 신선한 물의 원천인 산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산에서 마실 물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이 왜 올해를 '물의 해'로 정했는지 이해가 간다. 넓게 보면 결국 자연 보호로 귀결된다. '사람은 자연 보호, 자연은 사람 보호'라는 말은 그래서 단순한 표어가 아닌 것이다.
■ 유엔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건설교통부는 현재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물 부족량이 2006년부터 연간 4억톤, 2011년부터는 연간 20억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도 우리의 물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계가 필요 없다. 대중 목욕탕에 가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물은 석유와 달리 대체재가 없어 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 국가간 심각한 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단 국가간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새해는 우선 물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해 보자.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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