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우광훈(34·사진)씨가 장편소설 '샤넬에게'(영림카디널 발행)를 발표했다. 오늘의작가상 수상작인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에서 유쾌한 상상력을 펼쳐보였던 그의 두번째 장편이다."그럼 당신이 나의 누드 모델이 되어 주시겠어요?" 게임방에서 만난 은희는 인혁에게 자신을 샤넬로 불러달라면서, 사진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했다. 사진 작업을 통해 서로를 알고 사랑하게 되지만 뿌리깊은 상처를 보듬기란 쉽지 않다. 어린 시절 샤넬의 아버지는 자애로운 목사의 얼굴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없는 기도실 안에서 어머니를 학대하는 사람이었다.
작가가 솔직하게 알려주듯, 샤넬의 삶은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비극적 일생에서 따온 것이다.
나치로 복무했던 독일인 아버지, 그의 폭력에 순종한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한 플라스처럼, 샤넬도 성직자 아버지의 이상적인 가학 증세를 목도하면서 모순을 길렀다.
아버지의 이중성이 그늘진 샤넬에게, 사진은 억눌린 자아를 표출하는 방식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유년기의 상처에 시달리던 샤넬은 인혁의 사진을 찍다가 급기야 충동적인 살인 시도마저 벌이고 홀연히 떠나버린다.
소설에는 스파게티, 마돈나, 삿포로맥주, 팬케이크, 인디고블루, 샤넬립스틱55호, 티파니… 같은 소비사회의 기호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젊은 작가에게 낯선 것은 아니다. 인물은 감성적이고 문체는 가볍다. 작가는 이같은 서술을 통해 독자에게 "당신이 읽는 이야기는 가짜"라고 계속해서 환기시킨다. 그것은 거꾸로 30대의 젊은 작가가 소설이라는 '가짜 이야기'를 두고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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