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생태도시 서울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해가 될 것입니다."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자락에 자리한 시정개발연구원 5층 공동연구실의 2평짜리 비좁은 공간. 이곳이 나비가 나풀거리고 새들이 지저귀는 생태도시 서울을 꿈꾸는 조용현(趙龍顯·42) 연구원의 연구실이다.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 같은 대학 환경대학원(석·박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생동적이고 재원이 넉넉한 서울시에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다고 판단, 이 곳에 들어왔다. 그것이 3년 전인 2000년의 일이다.
당시는 생소했던 '생태 조경' 전문가가 왔다는 소식에 서울시 관계자들은 앞 다퉈 달려와 그에게 "공원조성계획을 세워달라", "자연복원계획을 세워달라"며 매달렸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했다. 나무를 무작정 심기 보다는 땅은 어떤지, 주변엔 어떤 것들이 살고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먼저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주변 생태계와 조화없는 녹지조성은 오히려 '환경 난개발'만을 부추길 뿐"이라며 "조금 돌아가더라도 정책의 기본이 될 기초연구자료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설득했다.
'비오톱(BIOTOP)현황 조사'와 '생물다양성 증진방향 연구', '한강생태계 정밀 조사' 등은 그가 그동안 수행한 주요 연구과제들이다. 비오톱은 소생태계·생물군집이 차별화되는 최소공간 단위. 그는 "이 같은 연구·조사를 통해 토지이용 및 자연보존의 근거를 마련했고, 체계적인 한강 생태계 관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올해는 이들 과제의 지속적인 추진과 함께 '가로경관 녹시율(綠視率) 증진방안 연구', '생물서식지 면적지수개발 연구' 등을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연구수행 과정에서 '녹시율'이라는 낯선 개념을 적용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이 개념을 통해 그동안의 녹화사업이 숲과 공원에만 집중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주택가, 도로 등의 녹시율을 분석해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보다 효율적인 녹화사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는 "숲만 푸른 도시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 푸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녹시율 조사 등 기초 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올 한해 무엇보다도 역점을 두는 것은 '도시생태계 기능 장기 모니터링'을 연구 과제로 채택하는 것이다. 자연생태계에 대한 기능 모니터링은 산림청 등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실제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도시생태계에 대한 조사는 그동안 전무했다. 그는 "비오톱조사, 한강생태계조사와 함께 도시생태계 기능 모니터링이 이뤄지면 환경기초연구의 3대 기본축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화두는 언제나 '생태도시 서울'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오늘도 생태도시의 전도사로서 시 정책입안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글·사진=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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