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이한음 옮김/장석봉 옮김 지호 발행·각 1만3,000원동물 문학의 아버지 어니스트 톰슨 시튼(1860∼1946·사진)의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와 '회색곰 왑의 삶'이 번역돼 나왔다. '쫓기는…'은 첫 번역이며 '회색곰…'은 이전에 일본 편역본을 통해 소개됐다. 저자는 영국서 태어났지만 여섯살 때 캐나다로 이주, 캐나다와 미국에서 주로 살았다. 작품 속 주인공도 대부분 북아메리카의 동물이다.
그는 야생동물이 노년에 편하게 죽는 일은 없다고 했다. 힘이 약해지는 순간 적은 상대적으로 강해지기 때문이다. '쫓기는…'은 그 같은 생각이 담겨있는 책이다. 다른 동물 혹은 인간에게 쫓기는 동물 이야기 일곱편을 싣고 있다.
'큰뿔양 크래그'는 산양 무리의 왕이다. 얼마나 힘이 센지 늑대 두 마리를 절벽으로 밀쳐 떨어뜨릴 정도다. 곡선을 그리며 휘어진 뿔은 또 얼마나 멋있는가. 상인들은 크래그의 뿔을 비싸게 쳐주겠다며 사냥꾼들을 유혹한다. 산속 오두막에 사는 스코비가 도전했다. 세달 동안 험한 산을 타며 쫓아 방아쇠를 당긴다. 스코비는 죽은 크래그의 머리를 잘라 돌아온다. 그러나 눈더미가 오두막을 덮치면서 죽고 만다. 반면 크래그의 머리와 뿔은 온전히 보전돼 한 궁전의 벽에 소중하게 걸리게 됐다.
'강아지 칭크'는 야영생활을 하는 주인을 따라 미국 옐로스톤공원에서 살고 있는 강아지 칭크의 이야기다. 칭크는 특히 주인 말을 잘 듣는다. 어느날 코요테가 어슬렁거리자 주인의 명령에 따라 녀석을 몰아내려 한다. 그 순간 코요테가 등을 돌려 역습하자 칭크는 꼬리를 내리고 텐트 속으로 뛰어든다. 코요테는 그 뒤 틈만 나면 칭크를 괴롭혔다. 어느날 "텐트 잘 지키라"며 주인이 사라지자 칭크는 혼자 남는다. 코요테가 잽싸게 나타나 텐트 속 베이컨을 노린다. 칭크는 주인 말을 떠올리며 사력을 다해 맞선다. 으르렁거리며 물고 물렸다. 나약하기만 했던 칭크는 그 사건을 겪으며 힘 있는 동물로 다시 태어났다.
'회색곰 왑의 삶'은 같은 제목의 표제작을 포함해 세편을 싣고 있다. 왑은 어릴 때 어미 형제를 잃고 험하게 살아왔다. 힘이 장사인데다 친구도, 연인도 없이 혼자 지내서인지 언제나 포악했다. 늑대도, 퓨마도 도망칠 정도였다. 목장의 수소와 마주치자 거대한 앞발로 일격에 두개골을 후려친다. 그러나 힘은 영원하지 못했다. 어느덧 나이가 들고 다리에 상처를 입은 왑은 7, 8월이면 거주지 메팃시계곡에서 옐로스톤공원으로 옮겨갔다. 그곳에서 쓰레기통을 뒤져 먹이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말썽 한번 부리지 않았다. 나중에는 다른 곰이 싸움을 걸면 꽁무니를 뺐고 자기 땅마저 내주기에 이른다.
잔잔한 문장으로 동물의 생태를 상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쫓기는…'은 개인 감정을 배제한, 묘사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동물 역시 사람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안고 힘들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동물을 인격체로 그려낸다. 거기에는 '인격체를 사냥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출판사는 국내에서 번역되지 않았거나 중역본으로만 나온 저자의 동물기를 차례로 번역할 계획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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