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양영란 옮김 세종서적 발행·1만2,000원토인비가 불교와 서양의 만남을 "20세기의 가장 의미심장한 사건"으로 규정했듯이 서구의 정신사, 문화사에서 불교는 하나의 잔잔한 파문이었다. 특히 최근 30여년 간 불교는 지식인층의 지적 호기심을 넘어 대중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톨스토이, 보르헤스 등 많은 작가들이 불교에 심취했고, 베르톨루치, 장 자크 아노 등 영화계의 거장들이 앞다투어 티베트 불교를 작품의 소재로 다루기 시작했다.
프랑스 사회과학대학(EHESS)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인 프레데릭 르누아르의 1999년 저작 '불교와 서양의 만남'은 서양이 역사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불교를 만났는지 살펴본다.
고대와 중세는 동양과 티베트를 다녀온 몇몇 사람들에 의해 동양의 신비한 종교에 대한 어렴풋한 이미지만을 간직한 시기다.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원정 당시 인도의 승려를 만나고, 붓다의 일대기와 비슷했던 고대 인도왕의 아들 이야기가 중세 유럽에서 회자되었다는 일화가 전할 뿐이다.
근대 이후 유럽에 불교가 수용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철학자 쇼펜하우어였다. '고통이 삶의 근본'이라는 그의 염세 철학은 불교와 맥이 닿았다. 고통의 원인을 욕망으로 보고, 자아의 환상에서 벗어나 집착을 버릴 것을 강조한 점 등은 불교의 가르침과 거의 같다.
오늘날 서구인이 가진 불교적 사고의 상당 부분은 쇼펜하우어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19세기 후반 비교주의(秘敎主義)는 불교가 서양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붓다의 가르침을 유신론(有神論)으로 왜곡하게 만들었다.
책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달라이 라마가 노벨상을 받고, 프랑스를 비롯한 구미지역에 널리 불교를 전한 칼루 린포체가 입적한 해인 1989년에 이르기까지 불교가 서양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었는지 차근차근 소개해준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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