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뒷마당에 아버지가 심은 포도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어느 해 포도나무가 한창 줄기를 뻗을 무렵, 아버지는 망치와 송곳을 들고 뒷벽을 뚫어 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통해 포도줄기를 방안으로 끌어 들였습니다. 오랫동안 앓아 누워 정신마저 온전치 못했던 아버지는 포도넝쿨이 좋다고, 방 안에도 포도넝쿨이 지게 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가슴에 쌓인 삶의 흔적들을 하나씩 다 털어낸 아버지는 백발의 소년이었습니다.
햇빛이 필요하다고 지붕 위 기왓장을 들어내려 했던 아버지의 그 마음이 한없이 그립습니다. 좀체 세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난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춰버린 덩치만 큰 아이였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 형제들, 늘 푸르른 고향마을과 그리운 내 친구들. 아직도 그들은 그 모습 그대로 내 안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을 살며 내일을 꿈꾸며 내가 하는 일,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뿐입니다. 잊혀지고 혹은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들춰지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결과들을 만났습니다. 슬픔과 고통, 절망조차도 결국은 사랑이었습니다. 호들갑스럽지 않고 훈훈하며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명절이면 식구들끼리 두런두런 모여앉아 밤이 새도록 하여도 끝이 없는 그런 이야기를….
평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석 같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과 가족, 선후배, 동료, 언제나 격려를 아끼지 않은 친구, 모두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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