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미국 출판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일까.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책도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아 우울하게 한해를 시작했지만, 이는 출판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9·11 관련 책이 많이 출판됐으나 베스트셀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많지 않았다.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 북리뷰에서 일하는 친구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간 일이 있다. 남편 역시 작가여서 파티는 출판 관련 인사와 작가로 붐볐고 화제도 책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요즘 어딜 가나 화제가 되는 앨리스 세볼드의 '아름다운 뼈'가 빠지지 않았다. 출판사 세인트마틴스프레스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엠마 맥러린과 니콜라 크라우스가 함께 쓴 '내니 다이어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살해당한 소녀가 사후 이승을 내려다보며 하는 이야기인 '아름다운 뼈'는 현재 26주째, 보모의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 상류층의 생활을 폭로하는 '내니 다이어리'는 지난해 10월까지 31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머물렀었다. 두 권 모두 작가의 첫번째 소설이었다.
애초 경기 침체로 출판계가 안전 지향의 중견 작가 위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 작년에는 어느 해보다 신인 작가의 작품이 많이 출판됐고 또 좋은 성과를 올렸다. 미국 최대의 출판사 랜덤하우스는 지난해 처녀작 소설을 103권 출판했고 세인트마틴스프레스도 지난해 출판한 700여권중 63권이 처녀작이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자넷 피치의 '하얀 올리앤더', 예일대 법대 교수 스티븐 카터의 '오션 파크의 제왕' 역시 작가의 데뷔작으로 베스트셀러를 장식했고 줄리아 글래스의 첫 작품 '세 번의 6월'은 내셔널 북어워드를 수상했다.
작년에 신인 작가의 소설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베스트셀러에서 번역서를 찾기 힘들만큼 미국인들은 자기 문학을 선호하는데 그 때문에 출판사와 독자 모두 언제나 신선한 목소리의 작가를 찾고 있다. 따라서 신인이 상업적 성공을 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는 자기 중심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가 되기도 하지만, 베스트셀러에서 신인은커녕 한국문학조차 보기 힘든 한국문학계의 실정과도 비교된다.
작가의 명성이나 언론의 추천보다 입으로 전해지는 독자의 평이 가장 큰 권위를 가진다는 사실, 그것이 신인이 성공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코렉션'의 작가 조나단 프란젠은 베스트셀러를 보장하는 오프라 쇼의 도서 선정을 거부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독자의 권위와 자신의 문학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 아닐까.
박상미 재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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