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이후 국내 정보기술(IT)업체들간의 자본거래 규모가 총 5조원에 육박하는 등 대규모 인수·합병과 지분교환으로 IT업계의 경쟁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또 부실 업체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실적부진에 따른 최고경영자(CEO)들의 교체도 잇따르고 있다.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와 SK텔레콤이 각각 2조원대에 달하는 상호 보유지분을 지난 연말 맞교환하면서 국내 최대 유선통신업체인 KT의 최대주주가 SK텔레콤에서, 총 지분의 6.07%를 보유한 미국계 투자펀드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로 바뀌었다. KT 고위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외국계로 바뀜에 따라 발생할 수도 있는 경영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사주 보유지분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IMT-2000 사업자와 모기업의 인수·합병, 실적이 부진한 일부 IT업체들의 합종연횡도 이어졌다. KTF가 3,000억원이 넘는 자본을 투입해 KT그룹 IMT-2000 사업자인 KT아이컴을 흡수합병키로 했으며, SK텔레콤도 SKIMT를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흡수할 예정이다. 하나로통신은 두루넷을 인수하기 위해 삼보컴퓨터 등 8개사로부터 지분 72%를 1,259억원에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취득했으며, 새롬기술은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프리챌과 인수 의향서를 교환했다.
이밖에도 코오롱 그룹이 국내 개인휴대단말기(PDA) 1위 업체인 제이텔의 전환사채 15억원어치를 매입해 20%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경영권 인수가 유력하며, CJ창업투자는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 네띠앙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IT업계 CEO들도 연말을 고비로 대거 교체됐다. 시스템통합(SI ) 업계의 대표적 CEO로 꼽혔던 쌍용정보통신 염정태 사장이 퇴임했고, 12월23일에는 3년간 LG CNS를 이끌어온 오해진 사장이 사임했다. 이들은 실적부진과 세대교체 등의 이유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IT업계는 막강한 자금력과 시장 지배력을 갖춘 기존 업체와 합병 등으로 힘을 키운 신규 세력의 맞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MT-2000' 서비스 등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KT그룹과 SK텔레콤그룹,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KT와 하나로-두루넷 합병세력의 양강(兩强) 대결이 예상된다.
인터넷포털시장에서는 다음과 NHN의 2파전이 새롬-프리챌 연합군의 가세로 3파전 구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CEO가 대거 영입된 SI업계는 각각 2,0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한 삼성SDS와 LG CNS의 선두다툼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PDA시장에서는 한국HP, 삼성, 코오롱-제이텔이 시장경쟁을 벌이게 됐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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