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나 신촌 등지에서 유행하는 '클럽'을 찾는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패션이 있다. 이른바 '클럽룩'이다. 일반적으로 감각적 디자인과 강렬하게 대비되는 색상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그 틀에 얽매이라는 법은 없다. 다만 클럽 문화를 즐기는 소위 '클러버'들이 즐기는 패션을 뜻할 뿐이다. 오페라에 힙합 바지를 입고 가면 어색하고 스키장에 양복을 입고가면 눈총을 받는 것처럼 패션은 그 패션이 녹아있는 문화 속에서만 빛을 발한다.문화와 패션의 이와 같은 공생관계 때문일까? 젊은이 대상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문화 마케팅이 붐을 이루고있다.
런던풍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너비'는 지난해 11월 신촌에 '캐너비 클럽'을 열었다. 근위병을 닮은 웨이터나 비행기 보딩 패스처럼 만든 초대장 등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잘 드러낸다.
'캐너비'를 담당하는 지앤코 마케팅실의 김수경 실장은 "시장조사를 통해 드러난 '캐너비' 타겟층의 문화코드는 '클럽'이었다"며 "브랜드의 이름을 건 클럽을 통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 마케팅의 원조격인 '쌈지'는 신예 미술작가를 대상으로 '쌈지 스페이스'를 무료로 대관한다.
또 매년 개최하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은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발굴하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더해 올해 새로 런칭한 '쌤(SSAM)'은 지난 12월 세종문화회관 델라구아다 홀에서 '레스: 믹스파티(RES: MIX PARTY)'를 열었다.
'레스페스트(RESFEST)'라는 디지털 영화제의 일환으로 개최된 이 파티는 영국의 DJ U.N.K.L.E 멤버 제임스 라벨과 델라구아다 팀이 참여, '함께 즐기는' 문화에 목마른 젊은이들의 갈증을 풀어줬다.
또한 홍대 앞 유명 클럽인 '클럽툴'과 연계해 입장료 할인과 이벤트 개최 등을 꾸준히 추진, 브랜드 타겟층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데어스'도 지난달 6일 강남구 청담동 '클럽 에즈바'에서 MTV와 함께 '컬러 오브 나이트'라는 파티를 열어 문화마케팅의 바람에 합류했다. '재즈 감성'을 브랜드 주제로 내세운 '애스크'는 강남구 역삼동 섬유센터에서 매달 셋째주 수요일 '재즈파크(jazz park)'라는 무료공연을 연다. 연주자들에게 브랜드가 자랑하는 독특한 의상을 지원, 패션쇼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회 공익을 위한 독특한 캠페인을 추진하는 브랜드도 눈에 띈다. 다음달 선보이는 도시풍 캐주얼 '쿨하스(koolhaas)'는 11월8일 'aa클럽'이라는 사회봉사 동호회를 창단했다.
'아티스트 엔젤(artist angel) 클럽'의 약자인 'aa클럽'은 문화를 이끌어가는 방송·연예인 등으로 이뤄진 모임. '쿨하스'의 기획·지원 아래 매달 다양한 행사를 열어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도울 예정이다.
첫번째 모임에서는 베이비복스, 김준희, 박준하 등 애견을 키우는 연예인들이 애견 의상을 판매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학금과 안내견 육성과정인 '퍼피워킹' 지원을 위해 돈을 모았다.
강남구 청담동의 소위 '명품거리'에 있는 브랜드들은 매장의 공간을 타겟층의 행사를 위해 대여해주기도 한다. 한 예로 지난 주말 조르지오 알마니 매장 3, 4층은 미국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사람들을 위한 파티 공간으로 활용됐다.
같은 패션 스타일을 지닌 사람은 같은 관심사를 갖기 마련. 패션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집단을 표현하는 젊은이들이 있는 한 패션 브랜드의 '문화 마케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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