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金珉廷·31·사진)씨가 처음 희곡을 쓴 것은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졸업을 앞두고서였다. 시인을 꿈꾸던 그였지만 막상 졸업작품을 낼 때가 되자,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글쓰기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곡을 써봤다. 즐거웠다. 그의 졸업작품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 극단의 무대에 올려졌고, 지금까지도 공연되고 있다.희곡은 그에게는 낯선 장르가 아니었다. 고교 시절 은사가 희곡 작가 이만희씨다. 대학로를 다니면서 연극을 봤다. 대학에 들어가선 '에쿠우스' 한 편만 수십 번을 봤다. 무대로 옮겨진 희곡이 관객과 호흡하면서 살아 움직이는 것에 강하게 끌렸다. 공연될 때마다 희곡이 제 몸을 바꿔나가는 것도 신기했다. 졸업 후 3년여 방송 작가로 일하면서 '내 작품을 쓰고 싶다'는 바람은 더욱 간절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과정에 입학했다. 방학마다 해외에 나가 연극을 봤다. 러시아의 한 극장에서는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모처럼 새옷으로 갈아입은 노동자들이 체홉의 '세 자매'를 보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추운 나라, 뜨겁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벅찬 감동을 거름 삼아 올 봄부터 쓴 희곡이 '브라질리아'이다. 김씨는 "욕망을 성취하려는 사람과 욕망에 희생되는 사람 모두 삶의 굴레에 걸려 있다는 것, 그 욕망이 어떤 식으로든 삶을 지속시켜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올 여름 연극원을 졸업하는 그에게 신춘문예 당선은 이른 졸업 선물이다. "이제는 평생 희곡을 써야 한다는 각오가 나 자신을 단단하게 긴장하도록 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