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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 / 백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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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 / 백세주

입력
2003.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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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전통주는 '백세주'를 비롯 '군주', '천국' 등 약 100여 업체에서 생산되는 150여 종에 이른다. 최근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질병치료와 다이어트 효과 등의 기능성 전통주까지 가세해 시장규모도 2,200억원으로 커졌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통주 시장은 청주류와 지방 민속주 정도에 불과했고 전통주의 대중화는 92년 국순당의 백세주와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세주는 88년 전통주 사업에 뛰어든 배상면(78) 국순당 회장과 배 회장의 장남 배중호(49) 국순당 사장의 집념이 만들어 낸 창작품.서울올림픽과 함께 전통주류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와중에 배 회장 부자는 전통주법 그대로 술을 빚어보자는 일념으로 '생쌀발효법'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통상 곡물을 찐 다음 발효를 시키는 술제조법과 달리 곡물의 영양분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는 생쌀발효법으로 만든 백세주에는 건강에 좋다는 한약재 10가지도 담았다. '건강에 좋은 술' 백세주를 탄생시킨 배 회장 부자는 '이제 돈버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시장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시험무대인 서울에서 보기좋게 참패를 맛봐야 했다. 업소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조차 백세주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것. '약주는 먹고 나면 머리가 아픈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 있는데다 신생업체로 회사나 브랜드 인지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들여 만든 역작을 앞에 두고 배 회장 부자는 고민에 싸였다.

물꼬를 트는 제안은 배중호 사장 머리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서울심장부를 공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나오는 행락객을 상대로 백세주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해 나가자'는 것이 전략의 내용이고 '자금을 바탕으로 한 물량작전을 쓸 수도 없기 때문에 영업사원을 동원한 게릴라마케팅으로 시작한다'는 게 전술의 골자였다.

이 때부터 2∼3명 단위로 조직한 영업사원 게릴라를 수도권의 식당 등 업소에 파견해 화장실 청소, 주방보조 등 궂은 일을 도와주면서 업소 주인의 환심을 사는 작전에 들어갔다. 업소의 차림표(메뉴판)를 깨끗한 새 것으로 갈아주면서 백세주 광고를 끼워넣는 방법으로 광고 효과도 함께 노렸다. 업주들의 관심 속에 술자리에 등장하게 된 백세주는 점차 '약주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인식과 함께 수도권에서 서울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게릴라마케팅은 94년부터 매출신장으로 성과가 나타나 92년 수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94년 20억원으로 성장했고 96년에는 40억원, 97년에는 70억원으로 매년 100%씩 신장을 거듭했다.

백세주를 대중화하는 데는 의외로 '보신탕' 논쟁도 한몫했다. 96년 백세주를 본격적으로 대중매체에 광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던 마케팅팀에서 백세주와 어울리는 음식으로 보신탕을 생각해 내고 '보신탕 떳떳하게 먹읍시다'라는 카피의 광고물을 제작했다. 광고가 나가면서 보신탕에 대한 찬반양론은 프랑스의 동물애호가를 자처하는 브리지드 바르도가 가세하면서 국제적인 논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보신탕을 지키자는 정서가 우세한 가운데 백세주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높아져 매출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갔다.

백세주가 전통주 시장에서 성공의 조짐을 보이자 전통 주류업체인 두산과 진로에서 지난해부터 군주와 천국 등의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밑바닥부터 다져나간 백세주의 탄탄한 마케팅전선을 허물지 못하고 있다. 백세주는 전통주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국순당 황의룡 마케팅부서장은 "백세주와 소주를 반반씩 섞어 마시는 '50세주'도 의도적인 마케팅의 결과가 아닌 것처럼 백세주를 마시면 100살까지 산다는 이야기도 술자리에서 저절로 생긴 것"이라며 "백세주의 마케팅은 술을 건강하게 접근하려는 서민들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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