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문열(李文烈·54·사진)씨가 최근 인터넷상에 떠도는 이민설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연말 '뉴질랜드 동포'를 자칭한 네티즌이 민주당, 노사모 등의 인터넷사이트 게시판에 "이문열씨와 절친한 친구인 아버지에게 들었다"며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당선에 실망한 그가 영국으로 이민을 결심, 이미 영주권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 '이문열 이민설'의 발단.아버지와의 구체적 통화내용까지 적시된 이 글은 다른 사이트들로 급속히 확산됐고, 여기에 이문열씨가 지난달 대선 직전 모 신문에 썼던 칼럼내용도 이민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이씨는 당시 "노 후보가 당선되면 (네티즌들은) 일등공신으로 논공행상에 들게 되고, 그 결과는 그들이 저지른 폭력의 정당화와 제도화로 나타날 것"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지식인 수난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이 글이 이미 해외도피를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문열씨는 2일 전화통화에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말부터 고향인 경북 영양군 두들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쉬고 있다는 이씨는 "영국 영주권을 신청한 적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에든버러공(公) 펠로십 초청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6주간 머물 때 지인들에게 '시간을 내서 이런 곳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말을 농담처럼 던진 적은 있었다"면서 "작가가 모국어가 없는 곳으로 떠나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혹시 정치적인 박해를 받는다면 이민이 아니라 아예 '정치적인 망명'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한 시간 가량 통화에서 "이 같은 현상은 인터넷의 허무맹랑함이 이미 폭력 수준을 넘었다는 증거"라며 네티즌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내비친 뒤 "지금까지 그래왔듯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할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곧 휴식을 마치는 대로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 이천의 부악문원(負岳文院)으로 돌아가 집필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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