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대부분의 TV 프로그램은 특집으로 마련된다. 그러나 스타들의 요란한 말장난으로 도배된 오락프로그램이나, 재탕 삼탕인 철 지난 TV영화로 하루를 보내다 보면 허탈해지기 일쑤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가슴이 훈훈해지는 가족드라마나 차분한 자연 다큐멘터리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KBS는 방송3사 중 유일하게 특집드라마 1편을 준비했다. 1일 오전9시30분 2TV를 통해 방송되는 '벙어리 장갑'(극본 구지숙, 연출 정성효)은 세대를 뛰어넘는 노인과 아이의 따스한 교감을 그린 신년특집다운 드라마이다.
차가운 해풍에 오징어를 말리는 작은 어촌마을. 푸른 바다를 마당 삼아 남식(이순재)과 정옥(정재순) 부부는 민박을 치며 생활한다. 어느날 남식 부부는 오랜만에 서울 사는 아들 현규(김유석)를 찾아가지만 남처럼 서먹서먹하게 대하는 태도에 질려 곧바로 집에 돌아간다. 그러나 현규 역시 알고 보면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과도한 업무 탓에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잠든 적이 없을 정도로 생활이 피곤하기만 하다. 기차 안에서 남식 부부는 7세짜리 영재어린이 준영(박건태)을 만난다. 준영의 보모가 지방으로 떠나는 남자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서울역까지 준영을 데려왔다가, 준영이 보모 몰래 기차에 오른 것. 남식 부부는 준영에게서 10세 때 세상을 떠난 다른 아들 민규의 추억을 떠올린다.
MBC는 1일 오전11시 자연 다큐멘터리 '백두산 야생화―꽃들의 전쟁'(연출 최삼규·사진)을 방송한다. 야생화 전문 사진작가인 김정명씨가 1995∼2002년 12회에 걸쳐 백두산을 방문해 야생화의 숨겨진 생태를 영화필름에 담았다. 6월 중순에야 봄을 맞아 8월 초 서리가 내리는 백두산의 혹독한 기후 속에서 살아남은 야생화들의 생존전략을 손에 잡힐 듯한 영상으로 포착했다. 대표적인 게 이른 봄 화사한 꽃을 피우는 노랑만병초. 줄기에 난 솜털로 1차 보온막을 만든 이 야생화는 줄기에 천연 부동액을 간직함으로써 강추위 속에서도 살아 남는 삶의 지혜를 과시한다. 이에 비해 좁쌀만한 작은 꽃을 가진 괭이눈은 잎 색깔을 바꾸는 재치를 발휘했다. 초록잎 전체를 노랗게 만들어 거대한 노란 꽃 군락처럼 보이게 한 것. 물론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두메양귀비는 초속 40m의 강풍에서 살아남은 경우. 바람이 불면 반대방향으로 꽃잎을 돌려 꽃술을 보호하는 모습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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