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글을 깨치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내가 쓸 수 있었던 말은 엄마가 종이에 써준 내 이름 석 자 '이정은' 뿐이었다. 그 덕에 나는 아직도 'o(이응)'을 거꾸로 쓴다. 엄마가 쓰는 순서를 가르쳐 주는 걸 잊은 탓이다. 부유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유치원을 다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 자체가 설레는 일이었다.그러나 입학식 날 학교에 가는 그 길이 신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쓰리쎄븐 새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나는 동네 언니가 쓰다 버리려던 가방을 메고 있었다. 4학년이 되어서야 지긋지긋하게 메고 다닌 가짜 쓰리쎄븐 가방을 버릴 수 있었다. 드디어 내게도 새 책가방이 생긴 것이었다. 분홍색에 회색 지퍼가 달리고, 주머니가 여기저기 무려 여덟 개나 되던 그 가방을 나는 밤새 꼭 껴안고 잤다.
당선을 통보받고 나는 새 책가방을 선물받은 기분이 들었다. 매일 아침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로 학교를 보내던 어머니의 말을 그제야 제대로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아침. 신나고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자꾸만 콧노래가 나왔던 등교길.
새 책가방이 내 손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그러했듯 당선도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세상을 거꾸로 보는 재미를 알게 해 주신 김다은 교수님, 좋은 소설가가 될 것이라며 늘 격려해 주시는 윤호병 교수님, 처음 소설 쓰기를 가르쳐주신 사직여고 박명호 선생님 등 많은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또 사랑하는 친구 현정이와 언제나 든든한 예리 언니, 마음 좋은 후원자인 친구들, 98동기들, 99친구들 그리고 많은 추계인들에게도 참 고맙다.
특히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크게 고함을 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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