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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 "각계 목소리에 "열린 귀" 가진 대통령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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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 "각계 목소리에 "열린 귀" 가진 대통령되세요"

입력
2003.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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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 前 국무총리국가 안보와 평화통일 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현실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새 대통령은 취임전이라도 국가적 위기 상황 수습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국민 일반이 우려하는 사태 발전가운데 첫째는 국가안보의 성격과 한반도 문제, 국제정치 정세를 분명하게 인식하지 않은 채 민족 자존심만을 앞세운 반미 정서가 확산되는 현상이다. 둘째는 북한이 적화 통일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국제 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면서 감행한 핵무기 개발 발언의 위험성과, 남북이 함께 미국에 맞서야 한다는 대남 심리전의 선동성을 우리 사회 일각에서 무분별하게 추종하는 현상이다. 이 같은 비상한 사태에 직면하여 새 대통령은 우리 국민 일부의 오도된 자존심이 애국정신을 손상함이 없도록 선도하여 주길 바란다.

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시장원리를 도입하고 개방을 지향하는 것은 민족 평화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되기에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시장 원리는 국제협력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 대통령은 북한이 이 같은 국제 사회의 환경을 직시하도록 설득하는 대북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유민주사회의 근간과 자유민주헌법의 수호는 평화적 민족통일과 세계화 시대 민족 웅비의 초석이다. 새 대통령이 국리 민복을 위한 영도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정문건 삼성경제硏 전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민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민생을 안정시키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등 할 일이 산적했지만, 무엇보다도 새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추진해온 개혁 과제를 재점검하여 시장경제 체제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개방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외풍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대내적으로도 지난 5년간 추진한 기업·금융 개혁의 미완성으로 시장 기능이 취약, 대내외 환경이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금융시장의 경색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새 정부는 개혁 과제들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그동안 미진한 부분의 개혁은 속도를 높여야겠지만, 우리 경제 여건과 관행 또는 문화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과제는 과감히 수정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경제의 기초 체력을 단련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과 형평의 조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우리 경제에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21세기를 준비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임진택 연출가·민예총지도위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그 구체적 내용을 '성장·분배·환경이 함께 가는 문화국가'로 규정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난 세기의 낡은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담은 문화 백년대계의 기틀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이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 모색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전체 국민의 문화향수권을 확충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문화에서도 지역간 균형발전과 분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유의할 것은 각 지역마다 고유한 역사성과 향토성에 근거, 개성과 특색이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당면한 과제는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과 관련한 문화주권 확보 문제다. 문화를 상품처럼 자유무역 대상으로 취급할 경우, 각 나라와 민족의 문화 다양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문화분야 양허 요청안을 철회하고 문화주권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는 백년 대계가 될 것이다.

■신혜수 여성의전화 공동대표

노무현 당선자는 호주제 폐지, 보육비용 50% 국가부담, 여성 일자리 창출 등 많은 여성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이런 약속을 어떻게 다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먼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차관 임명시 여성을 30% 이상 할당하는 것이다. 고위 공직의 여성 참여가 확대돼야만 실질적인 남녀 평등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나 정권 인수위 멤버 25명에 여성이 세 명 밖에 포함되지 않아 대단히 실망스럽다. 공약을 지키는 정책으로 여성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길 바랄 뿐이다.

모든 국정 수행에는 적정한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

하루 아침에 여성 일자리를 창출하고 보육시설을 지을 수는 없지만, 여성을 고려한 예산 책정을 통해 공약 실천 의지가 확고함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2003년은 제2차 여성정책 기본계획이 실시되는 해이다. 노 당선자는 자신의 선거 공약이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질적 남녀평등을 위한 진심의 표현이었음을 실천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이영환 성공회대 교수

이제까지 사회복지정책은 시혜의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새 정부에서는 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 확대가 경제성장과 상충된다는 사고방식이 있지만, 오히려 사회복지는 국가간 무한경쟁에 접어든 세계화시대에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다.

이를 위해 보육이나 실업위험의 감소, 조속한 재취업 기회보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IMF 관리체제 이후 빈부격차의 확대로 사회복지에 많은 문제점이 야기됐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절대빈곤의 문제나 저소득 노인층, 비닐하우스와 쪽방 등 비정상적 주거형태를 가진 빈곤층 등 사회복지소외 계층이 많이 남아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50%가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고 임금 차별을 받는 등 열악한 처지에 있다. 이는 모두가 빈부격차 확대에 원인이 있으므로 바로잡는 데 역점을 두기 바란다.

보건의료 부문에서도 사회보장의 수준을 높이고 개인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서민을 위한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10%에 불과할 만큼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

■진동섭 서울대 교수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쪽으로 설정돼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나를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50% 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말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의 교육공약 기조가 자율보다는 형평성에 있긴 하지만, 이 말대로라면 수월성(秀越性)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교육정책도 기대할 만하다. 교육분야에서 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은 학교 교육여건 개선이다.

연차적으로 초등학교 학급 당 학생수를 25명, 중·고교는 30명까지 줄이겠다는 공약을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 학급 당 학생수에 따라 교육여건이 획기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사 사회를 안정시키고 사기를 살려주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공약대로 교사들의 사회·경제적 처우를 장기적으로 교수 수준으로 높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유아 무상교육이 제대로 실현될지 학부모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고교 평준화 보완책으로 거론되는 특성화 고교 확대는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 자율화와 교육서비스 개방화 문제 또한 신중히 접근해 최대공약수를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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