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를 잃어버린 내 몸 속의 캄캄한 골방에 감기 바이러스를 눕혀두고 집주인 할머니처럼 오래된 냉장고 코드도 뽑고 잠이 들었다. 긴 잠을 잤다. 그런데 어떤 목소리가 그 침침한 잠 속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어둠이 이미 방안에 살얼음처럼 깔리는 시간, 아직 내 몸에 꿈의 흔적이 잔뜩 묻어 있어 서둘러 그것을 털어내느라 잠시 당황했었다. 감기 바이러스도 잠결에 놀라 캄캄한 골방 벽에 이마를 부딪쳤는지 잠시 잠잠하다. 그 동안 나는 이렇게 서둘러 당선 소감이라는 것을 쓴다. 그간 걱정거리만 되던, 이 소식에 기뻐해줄 사람들의 얼굴이 슬라이드 사진처럼 지나갔다. 전화번호를 누르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왼쪽 손바닥으로 핸들을 좌우로 필요 이상 돌리며 운전을 하던 초보 때가 생각난다. 그런 시기가 얼마 지나고 운전대에 자주 닿던 중지 못 미친 손바닥에 굳은살이 생겼다. 마찰에 의해 가끔 따끔거리기도 하던 자리.
그 굳은살을 누구에겐가 자랑을 해 보이기도 하던 기억이 생각난다. 나에게 시 쓰는 일은 살아내면서 생긴 기억이나 상처가 묻어 언어들이 딱딱하게 박힌 자리를 더욱 못살게 구는 일이었다. 오만한 얘기지만 마지막에 두 번 떨어져 혼자만 시인으로 2년을 살다 보니 굳은살은 이제 처음부터 내 살인 듯이 친근하다. 그 굳은살이 연해질 틈이 없도록 삽으로 산도 옮기고 솔가지 같은 손들도 열심히 잡아보아야겠다.
먼저 시를 써 가는 자리가 술에 취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으셨을 많은 분들께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제가 먼저 당도해서 썩고 있을 테니 언제 오셔서 빛나는 한 그루의 과일나무를 심어주시기를…. 저 같은 무지렁이를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단단한 발판이 되어준 중앙대학교와 그곳의 교수님들, 신상웅 선생님, 김형수 선생님 그리고 이영진 선생님, 모국어의 장래를 위해 한 생을 바치셨던 이 땅의 많은 시인들, 이 자리도 영광된 자리라고 한다면 그분들이 팔 할의 지분을 갖고 계심을 내 오만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짜증스러울 법한 내 얘기들에 귀를 빌려주며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준 여러 문우들, 이경에게도 고마웠다는 말을 전한다. 볼품없는 제 시를 믿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더 좋은 시로 보답드리겠다. 그리고 시를 살다 가신 것으로 추정되는 아부지와 섬에서 홀로 늙어가고 계신 어머님과 형과 누이들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한다. 국민들의 역동적인 힘으로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 나 또한 좀 더 희망의 편에서 시를 써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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