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오랜 가뭄이 계속돼 큰 비를 기다리듯 사람들은 그들을 기다렸다. 2000년 '거짓말'이 실린 3집과 지난해 '길'을 타이틀 곡으로 했던 4집이 모두 150만장 넘게 팔렸으니 지오디는 음반업계 최고의 흥행주. 27일 발매한 5집 '챕터 5'가 벌써 60만장 이상의 선주문 받았다니 그것만으로도 올 해 가장 많이 팔린 음반에 육박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올 7월에는 '100일 동안의 휴먼 콘서트'를 시작했다. 보이 밴드가 무슨 라이브 콘서트를, 그것도 100일 동안이나 하냐는 놀라움 속에 시작한 공연은 9월22일 45회로 1차 매듭을 지었고 25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절반이 다 되도록 2,000석이 넘는 객석을 꽉 채우고 있다니 역시, 지오디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올 초 방송활동을 접었던 이들은 28일 한 케이블 방송의 연말 시상식을 통해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그 사이 박준형(33)은 살이 더 빠졌고, 김태우(21)는 수염을 길렀다. 안데니(23)는 파마, 염색을 했고 상냥한 손호영(22)과 조용한 윤계상(23)은 여전했다.
―5집은 어떻게 만들려 했나.
"멤버들이 많이 참여하려고 했어요. 진영이 형에게 일방적으로 맡기던 것에서 벗어나 멤버들끼리 머리를 맞댔죠." (김태우)
―그래도 전작들에서 보였던 박진영 색깔은 여전한데.
"그건 프로듀서 박진영이 지오디에게 맞춘 지오디의 색깔이죠. 급격한 변화보다는 조화를 중시했죠." (박준형) "하지만 작은 변화들은 제법 많아요. '편지'만 해도 타이틀 곡으로는 첫 단조인 걸요." (손호영)
―'편지'는 지오디가 이제까지 노래했던 보편적인 주제와 달리 상당히 구체적이다. 예전 같으면 내레이션 대신 랩을 썼을 것 같은데. 내레이션이 너무 많아 늘어지고 '너무 보고 싶어'로 끝나는 문장들은 좀 느끼하다.
"그래서 논란이 좀 있었죠. 구체적인 상황은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제한하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가사가 호소력을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감옥을 어려움 같은 걸로 일반화할 수도 있구요." (김태우) "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쓰는 소리도 노래에 넣었어요. 내레이션은 그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예요. 그래도 운율은 맞췄어요. 그런데 박자가 없으니 녹음할 때 훨씬 힘들었죠." (안데니)
―윤계상의 보컬이 눈에 띈다. (윤계상의 보컬은 김태우보다는 기교가 덜하고 손호영보다는 무게가 있는데, 적당히 그늘이 져 꽤 매력 있다.)
"이번 음반이 멜로디 위주여서 노래 반 랩 반 했어요."(윤계상) 다른 멤버들이 윤계상이 원래 싱어 출신이며 노래 욕심이 많다고 대신 설명해주었다.
―'편지'의 후속곡은 무엇인가.
"3, 4곡이 경합 중이예요. 이번 음반에는 타이틀감 몇 곡 뿐 아니라 수록곡 전부가 다 들을 만 해 '편지'도 대표곡이라 하는 게 맞아요." (손호영)
―100회 공연이 음반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인가.
"보이 밴드는 라이브를 꺼리는 공연문화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가수라면 당연히 공연을 하는 건데요." (김태우) "물론 노래 실력이 많이 늘었구요. 전부 라이브로 하니까 녹음할 때 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구요. (안데니) "그 전에는 방송 시작 전이면 거울 보고 연습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박준형) 공연 얘기가 나오자 멤버들은 신이 난 듯 말이 더 많아졌다.
―육체적으로 상당히 무리일텐데. 특히 연장자인 박준형은.
"하하. 한 10회 했을 때는 괜히 시작했다 생각이 없지 않아요. 솔직히 하루 3시간 공연하고 나면 밤에 잠이 안 올 정도지요.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다 견디더라구요. 아직 반이나 남았지만,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 지 몰라요." (박준형)
―이제 방송 출연은 어떻게 되나.
"아무래도 공연 끝날 때까지는 예전만 못하죠. 순위 프로그램은 주말 공연과 요일이 겹쳐 더욱 힘들고. ENG도. 음악 프로그램 위주로 1월 중순부터 나올 거예요." (박준형)
―이번 음반이 소속사와의 마지막 음반인데, 장래에 대한 계획은.
"재계약이나 솔로 같은 거 구체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지오디 안에서 아직 배울 게 많아요." (윤계상) "아마 별 무리 없이 계속하게 될 걸요." (김태우) "이제는 엔터테이너보다는 가수로 인정을 받는데 힘을 쏟아야지요."(안데니)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 5집 "챕터5"
데뷔작부터 줄곧 프로듀서를 맡았던 박진영이 다시 한번 음악 감독을 맡았다. 프로듀싱 외에 13곡 중 타이틀 곡 '편지'를 비롯해 '기회를 줘' '0%' 등 절반이 넘는 7곡에 참여해 전작들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다소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던 4집에 비해서는 다소 쉬워졌고 타이틀 곡과 다른 곡들간의 차이가 별로 없어졌다.
4집부터 곡을 만들었던 안데니가 미디엄 팝 스타일의 '사랑이야기'를 작사, 작곡했고 손호영 김태우가 처음으로 자작곡을 실었다. 손호영의 '우리'는 어린이들의 합창이 곁들여진 동화 같은 노래고 김태우의 '사랑?사랑!'은 밝고 경쾌한 연가. 랩을 주로 했던 윤계상이 김태우에 이어 보컬로 나섰고 박준형의 랩도 스타일에 변화를 주었다. 새 노래들은 3월30일까지 정동 팝콘 하우스에서 열리는 '100일 간의 휴먼 콘서트' 2차 공연에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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